정동진 해변

by 김지숙 작가의 집

정동진 해변




정동진은 광화문을 깃점으로 정동 쪽에 있어서 붙어진 이름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마을이기도 하지만 살아보니 해가 가장 먼저 지는 곳 같기도 하다

정동진의 '진'은 나루를 뜻한다 한 때는 나루였다는 말이다 정동진 기차역 주변에는 유로 주차장이 있지만 해변 주위에는 군데군데 무료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고 바닷가로 가면 된다 정동진 해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모래시계이다

근처에 레일 바이크 타는 곳도 있어 레일바이크 길을 따라 난 방부목으로 만든 길을 걸으면 시계 공원이 나타나고 8개 객실이 알록달록 색을 칠한 <정동진 시간 박물관>이 나타난다 시간 박물관은 시간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물건들을 보여주는 독특한 공간이다 아직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역사박물관으로 기차와 관련된 물건들이 정리되어 있고 차를 마시는 공간도 따로 있다

정동진 해변은 드라마 <모래시계>를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커다란 모래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시계 속의 모래가 모두 떨어지는 데는 1년이 걸린다고 하니 시계가 맞긴 하나 보다 그렇다고 모래시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화살촉이 지구의 회전축과 일치하며 북극성을 향해 있다는 해시계를 비롯한 다양한 조각들이 함께 어우러져 조각공원을 이루고 있다.

유독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손을 잡고 혹은 아기들을 태운 유모차를 앞세우거나 젊은 청춘 남녀들이 밤늦도록 조개구이랑 해물탕을 안주로 술을 마시기도 한다

내가 정동진 바닷가를 이국적으로 느낀 것은 폭설을 보고 난 후였다 부산에 살 동안 그런 눈을 본 적이 없었다 눈이 내려 길을 갈 수 없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정동진에서 겨울을 보내고 나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큰 도로는 오히려 다른 지방보다 제설작업에 이력이 나서인지 아주 잘 되어 있다 다만 집으로 진입하는 골목길만 잘 닦아 놓는다면 자동차로 이동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을 것 같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밟으며 길을 나서고 정동진 해변의 모래 위에 쌓인 눈을 밟아 본 것은 아마 잊지 못할 일이 될 것이다 그것도 지난겨울 내내 눈이 내린 날이면 눈 내린 모래밭을 걸었다

발이 빠지는 느낌이 모래길 위를 걷는 것보다 훨씬 심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낯선 경험이라 익숙할 때까지 걷고 싶었다 여기서 떠나면 언제 다시 눈 내린 모래 밭길을 걸을 수 있을까 그것도 시간 공간을 딱 맞춰서.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한 번쯤은 폭설이 내리는 날 정동진 모래밭을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발자국은 남은 모래사장을 다시 그 발길을 따라 되돌아오는 길을 무심히 걸으며, 우리는 살면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인생길이 있기나 할까라는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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