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

by 김지숙 작가의 집

박이도



아무리 성인일지라도 쾌활하고 분주한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지라도 혼자 있는 시간은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애착하는 대상에 대한 불안과 멀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와 두려움 걱정 등은 인간관계나 집중에 대한 방해를 받기도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처음 엄마와의 분리를 경험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한 독립성을 기르고 건전한 상호 의존성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분리되는 연습은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이루어져야 하는 연습에서 가능하기에 처음에는 힘이다 들지만 조금씩 여유롭게 떨어져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어린아이뿐 아니라 청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나타나며 지나치게 관계가 가깝거나 의존적이거나 지나친 사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은 그 끝이 자유로움을 향해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불안에 직면한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좌우하게 된다





날마다 나의 빈 잔을 채우시는구나

중략.

투명한 생명수로 고이는 빈 잔

삶의 소망을

스스로의 평정심(平靜心)을

빚어 주시는 한 분이 계셔

나의 고독은 뭉게구름으로

두둥실 떠오르네.

-박이도 「누룩」 일부




인간에게는 분리 상태의 불안을 극복하려는 욕구가 있다. 이는 주로 신을 향해 이루려거나 자연합일로 자기 안전을 찾으려 한다. 이 욕구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다른 성격을 지닌다. 신에 대한 사랑 즉, 신인동형에서 보면 신의 두 특성 중 하나는 모성성에 기반하여 무조건적인 본질을 지닌 평등한 사랑을 베푸는 자애를 원칙으로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부성애에 기반을 둔 채 조건 있는 사랑이다. 모성이 아이의 탄생이라면 부성은 인공적 사물 법률적 질서 훈련 등의 세계를 의미한다.(프롬 2006)

시에서 ‘스스로의/삶의 소망을/빚어 주시는/한분이 계셔’라는 점에서 볼 때, 그분은 화자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자애를 지닌 모성적인 신으로 드러난다. ‘평정심을/.../한 분이 계셔’에서는 스스로 고독에서 벗어나기보다 절대자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삶의 의미를 갖는 뜻으로 모든 것을 베푸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 신의 모성성이 나타난다.

화자처럼 무조건적인 보호와 사랑을 받는다는 확신을 갖는 상태에서 이 사랑을 받으면 행복하지만 이 사랑이 부재하면 상실감과 절망에 빠진다. 부성애에 기반을 둔 신의 사랑의 본질은 명령하고 원칙과 법칙을 수반하고 지배적이며 사회나 종교에 있어 최고의 존재가 되므로 복종하고 경쟁과 투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쟁취하는 특징을 지닌다. 어느 종교든 모성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숨겨진 채로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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