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
1. 신에 대한 사랑
정순영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면서도 쉽게 사용하는 사랑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이성 간의 사랑을 뜻하는 에로스 친구 간의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 가족 간의 사랑을 뜻하는 스토르게 정욕을 뜻하는 에피튜미아 신적인 사랑을 뜻하는 아가페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가페는 이타적이며 남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랑으로 무조건 적이며 죄악을 즐기지 않으며 결단과 실천 훈련등을 필요로 하는 사랑이다 그 밖에도 그리스인들은 자기애를 나타내는 필라우티아 가벼운 사랑을 나타내는 루두스를 더 넣었다
E. 프롬에 따르면 '지향 틀과 헌신의 대상에 대한 욕구'란 인간이 이성과 상상력을 가졌으나 이성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안정과 편안을 위해 정향(定向)의 테두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 외부세계의 이해에 만족하지 않고 감정과 의미를 가지고 자기 존재와 의미에 의미부여를 하는 헌신의 대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신을 향한 바른 사랑(Canonical Love, 正典사랑)으로 경애(敬愛)를 뜻하며 사랑하는 이의 나쁜 점들을 뒤로한 채 그의 좋은 점에 오히려 즐거워하는 지혜로운 사랑으로, 경외심(敬畏心)을 내포한 사랑(고:13 베:4:8) 심층 공간에서 느끼는 마음이 나타난다.
그이가
오실 때까지
성령이
깃든
흙으로 빚은 항아리
온전하기를
-정순영 「기원祈願」 전문
몸속에 포도송이로 알알이 맺힌 죄를
아내와 나의 평온한 기도를 들으시는 이가
씻으셨으니
-정순영 「투병」 일부
사랑의 종류에는 형제애 모성애 자애 성애 신을 향한 사랑 등이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 )에는 형제애가 나타나며 이는 사랑의 밑바탕이 된다. 물질주의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현 세태에서 형제애는 이전에 비해 덜 이행되며, 거래나 교환으로 변질되어 인간의 상품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자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병을 앓는 중에 온전하기를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융에 따르면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이러한 생각은 니체 역시 동일하다)
화자 혹은 그의 아내는 투병 중에 병이 낫기를 소망하는 기도를 올린다. 이 중보기도 과정에 나타나는 부부간의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이나 애(love)라기보다 사(思)와 배려를 담은 사랑이다. 또한 자신을 은폐한 채 상대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형제애에 해당된다. 이는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을 나누고 상대를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형제애는 공생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시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주요 덕목인 ‘사랑’은 이미 신으로부터 인간의 마음에 부여된 아가페적 사랑을 선의 실천과 동일시 여긴다. 이 사랑은 공경으로 개인적 감정 도덕적 차원에서 신의 영역까지도 포함한 전 우주적 경지인 신의 본성에 이르는 완성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