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목

by 김지숙 작가의 집

김종목



E.프롬의 말하는 사랑에는 유치한(infantile) 사랑과 성숙한(mature) 사랑이 있다. 유치한 사랑은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하거나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성숙하지 못한 사랑에 머물러 있을 때를 말한다. 반면 성숙한 사랑에 도달하게 되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거나 사랑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이처럼 두 부류의 사랑에는 주도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사랑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준다.




네가 준 너의 사진 한 장

보고 또 보느라고

눈에 물집이 생겼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다면 몰라도

얼마나 보았기에

눈에 물집이 생겼을까

나도 의아하다

그러나 물집이 잡힌 것은 사실이고

이 물집은 분명

네가 준 너의 사진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것인데

그리 되면 마음에도 물집이 생길 것이다

쓰라리고 아프겠지만

사랑의 맹독이라 생각하고

꾹 참고 견딜 것이다

-김종목 「물집」전문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보고 있는 듯 느낀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바라보기만 했지만 사진을 너무 들여다봐서 눈에 물집이 생긴 상황에 이른다 실제로 물집이야 생긴 것은 아니겟지만 그만큼 오래 자주 바라보고 마음에 난 물집이 아니겠는가

진정한 사랑은 바라보는데 있다는 말처럼 그저 바라보고 민감하게 지속적으로 반응하면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시에서는 이에 더 깊이 나아가 애정어린 밀착에 가까운 유대관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애착관계는 유년시절의 분리불안에 기반한 친숙한 관계에서 오는 안전장치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영향을 끼친 정서와 유관할 수도 있다

A. 바르트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언어로 어루만지는 행위와 같다’는 점은 말의 역할과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알려준다. 마음속에 생각을 품고 원하는 대상을 오래토록 바라보면 뜻을 이루리라는 논리가 숨어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눈이 짓물러지도록 바라보는 모습에서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소크라테스)이처럼 화자는 사진을 음미하며 스스로 욕망에서 탈피하고 내면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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