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향기

by 김지숙 작가의 집

찔레꽃 향기



반쯤 양지에 피는

찔레는 대궁이 남달라


조금씩 물 오르더니

순식간에 사방은 초록이다


작고 가는 가시들에

아픈 사연을 새기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그 아이를 닮았다


마주 보고 함께 피는

순결한 꽃들이 조잘댄다


송골송골 맺힌

이마의 땀방울도

글썽대는 눈물도 봤다


나의 첫사랑이

뾰족한 가시 속에서

찔레꽃을 피우고 서 있다



이맘때면 찔레는 대궁을 올린다 땅두릅도 아니고 아스파라거스도 아니면서 그들을 닮은 꼿꼿한 자존심을 한껏 올린다 땅속에서 새롭게 올라오는 굵은 찔레 대궁을 보면 참 든든하다 널리고 널린 찔레꽃덤불 속에서 위풍도 당당하게 올라오는 저 대궁을 보면서 저렇게 살아야 해 저렇게 당당하고 꼿꼿하게 불쑥 나타나야 해 하면서 기특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곤 한다

땅두릅을 몰랐을 때는 그 찔레 대궁들을 꺾어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기껏 찬양하고 잘라먹어버리는 것은 또 뭐야 하겠지만 찔레 대궁의 참맛을 한번 보고 나면 그 진하게 향긋한 내음들이 코끝을 스치는 그 느낌을 안다면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줄기에는 다량의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몸에도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맘이면 장사익이 부르는 찔레꽃을 자주 듣는다 왠지 단전 깊이 숨겨둔 슬픔이 느껴져서이다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을 들어도 장사익만큼 애절하게 와닿지 않는다 아무리 같은 노래를 불러도 듣는 사람은 제 사정에 더 알맞은 음색으로 부르는 것을 듣고 싶은가 보다

찔레를 보면 늘 마음이 슬펐다 꽃은 흰색인데 열매는 아주 예쁜 붉은색이다 일본산 붉은 찔레가 많이 퍼져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관목이며 지방에 따라서는 뱀꽃이라고도 한다

찔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독 신중함 등이 꽃말이다 찔레의 전설은 시골에 살던 처녀아이가 원나라 공녀로 가게 되었고 오랜 세월 공녀로 있다가 주인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니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찾을 길이 없고 찔레는 가족을 찾다가 지쳐 쓰러져 죽고 그 자리에 핀 꽃이 찔레라고 한다

찔레꽃 향기에는 사랑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그다지 찔레를 좋아한 적이 없다 가시가 있고 대궁도 가늘고 잔가시가 많고 억세기가 쉽고 향은 좋지만 꽃잎도 피기가 무섭게 흩어져 지저분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반그늘에서 피는 찔레는 장미버금가는 꽃이라 여겨진다 대궁도 굵고 굵은 대궁을 꺾어다가 살짝 데친 후 쌈을 싸거나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찔레꽃 향기가 코끝에 은근히 맴돈다 마트도 멀고 먹거리가 마땅찮은 지역이라 산에 나는 새순들을 짐승처럼 뜯어먹고 있다

땅두릅이며 오가피순이며 미국자리공 개망초순 벌게미취 미역취 뽕잎 참나물 쑥 원추리 명이 방풍 곤드레 등 셀 수 없이 많은 나물들을 조금씩 뜯어서 데쳐서 물에 하루를 잠재우고 난 뒤 간단한 양념으로 무치곤 한다 봄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감사하게 여기면서 비빔밥으로 나물국으로 해 먹는다 이십 분 정도 시간을 내면 순식간에 하루치 나물을 구할 수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사는 특혜가 아니겠는가 소나무 숲입구에 찔레가 가득하다 그냥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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