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by 김지숙 작가의 집

음식 스크립트는 단일체로 인간에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두뇌 행위 인지체계의 과정을 거쳐 해마를 통해 완성되는 이 기억은 과거 경험에서 얻고 적응하며 생존하는 과정에서 통합적으로 생겨난 역동적 인지체계를 구축한다. 따라서 시에서 음식스크립트는 개인적이든 시대적이든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체계와 더불어 완성된다. 기억 속에 없는 음식 스크립트는 현존하지 않고 인출 기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첫번째 맛을 살펴보는 시군에서는 주로 음식 스크립트가 일화적 기억으로 시각적 기억을 환기시켜 관찰자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특징을 지닌다. 둘째 맛을 전달하는 시군에서 음식스크립트는 추상 과정을 거친 일화적 기억이 암기 방식과 같은 지식형 기억을 더하는 의미적 기억으로 변화한다. 셋째 맛의 본질을 찾는 시군에서 음식 스크립트들은 어떤 상황에서 일정한 순서로 진행되는 순차적 방식을 택하여 표현 완성되며 비교적 인식 속의 음식을 위주로 삼는다. 넷째 직접 맛을 보는 시군에서는 음식스크립트들은 감각적 기억과 관련되며 감각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공감각적 기억으로 확장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결론적으로 음식스크립트는 여러 상이한 유형의 체계들과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상호작용하여 과거의 경험에 무언가를 얻고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 잘 적응 생존하게 만드는 역동적 실체이다(이정모 2008) 이 기억은 환경 맛 색깔 느낌 온도 등 무수한 기억의 조각들이 다양한 음식스크립트에 대한 연결 고리망을 형성하면서 감각적 단기적 장기적 기억을 거쳐 뇌리에 저장된다. 이들 시에서 사용된 기억들은 대개가 과거 기억으로 의미적 기억과 사건 기억 자서전적 기억을 포함하며 그 기억은 음식 스크립트라는 감각적 자극으로 시화된다. 이 과정에서 음식 스크립트는 화자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추억을 되새기는 매개로 사용된다. 또 맛을 공유하려는 소소한 시적 열망이 음식 스크립트를 인출하고 그것에 자신의 가치관을 더한다.

결국 시에서 음식스크립트는 각기 다른 기억과 상처를 지녔다고 해도 음식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기억의 인출과 상처의 치유라는 공통된 특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에 표현된 음식스크립트를 통해 추억을 향유하는 새로운 길을 찾거나 또 찾기를 바라며 스스로의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위안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억이란 과거에 경험한 사실이 뇌의 어디인가에 잔존하며 필요에 따라서 재생되는 과정 속에서 시의 음식스크립트와 시인의 내면적 삶을 밀접하게 관련짓기 때문이다. 또한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며 느끼는가에 대한 시인의 가치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인간은 불안정한 존재이며 인간의 기억 역시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억은 스스로에게는 진리가 되지만 타인에게는 대체로 진리가 되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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