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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야 Dec 16. 2023

은퇴 후 재취업, 요양병원과 간호조무사 2.

은퇴 후 요양병원 간호조무사로써의 취업에 대한 당부?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의 재취업이 대세가 된 요즘에 어떤 직업이 선호되는 걸까? 우선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 많이 선호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의 자격증 보유는 젊은이나 나이든이나 모두에게 스팩이 되는 것이니까.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나는 의료관련 분야 자격증이라면 퇴직 후의 일자리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특히 요양보호사, 간병사는 육체 노동을 겸하는 자격증으로 요양병원, 요양원, 노인보호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자격증이지만 일이 힘들어 구직이 많이 발생하는 자격증이다. 즉 나의 적성에 어울리는 자격증이라면 은퇴 후 재취업에 100% 성공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하지만 이일은 만만치 않다. 나이들어 내 한몸 돌보는 것도 힘든데, 남의 몸을 돌보며 기저귀갈고 똥냄새 오줌냄새 맡으며 심지어 손에 묻혀야 하는 일이다. 그래도 내 부모 아파 누워있을 때 돌봐본 사람은 기꺼이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직업이 되는 날, 나의 인성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료분야 종사자의 인성은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하는 일인데, 그런 인성까지 시험을 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양보호사보다는 덜 험하다고 생각하는 "간호조무사"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 일단 고졸에 준하는 학력 이상에 나이 제한이 없다. 그런데 준비과정이 1년이다. 요즘은 국가보조금제도로 인하여 많이 신청하고 있는 추세이다. 6개월 수업에 6개월(720시간?) 실습을 마쳐야 자격증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1년이라는 시간을 온통 이 수업에 올인해야 가능한 자격증이고 이나마 합격을 해야한다. 문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매과목 40%이상과 전과목 60%이상을 획득하면 된다. 그런데 말이 쉽지 나이들어 도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예전보다 의학용어들의 한국어 사용 빈도가 높아 열심히 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누구나 할수 있는 말이다). 과목마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문제 출제양식이 거의 비슷할 수 밖에 없어 기출문제 열심히 풀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필기시험이 아니다. 실습도 아니다. 실습은 시간만 잘 채우고 내가 아주 중대한 잘못(환자에게 중대한 잘못을 행하여 생명에 손상이 가게하는 행위)만 아니면 거의 패스한다. 그래서 '시간 죽이기'라고도 이야기한다. 문제는 필기도 실습도 아닌 내 마음자세가 문제이다. 


  의사, 간호사와 의료보건기사에 준하는 보건의료인들은 대학에서 3년, 4년 혹은 6년의 교육과정 이후 인턴쉽을 통해 1년 이상씩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의무적으로 의료윤리에 대한 과목을 수강하고 교육받고, 선배들에게 협박(?)과 강요(?) 당하다시피 세뇌교육을 받는 "의료인의 자격"이라는 것을 배운다. -다른 전문직의 경우도 그 전문직에 어울리는 자격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이다. 의료인의 자격이라는 것이- 이 자격은 전문지식의 습득 만큼이나 중요한 요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조건이 된다. 이 의료인의 자격은 힘든 순간에 저절로 생각하고 저절로 몸에 배어 나오는 것이다. 즉, 전쟁터나 재해현장에서 어떤 환자를 먼저 살릴것인가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에 준하는 순간에 어떤 행동을 행할것인가와도 관계가 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내가 행하는 행위가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인식자체가 의료인의 자격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의료인의 자격" 중 1순위는 '정직하기'이다.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도 인정을 해야 고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나의 잘못 하나가 환자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주 가벼운 예를 하나 들면 간호사가 주사를 놓기 전 주사바늘이 환자의 옷을 스쳤다면 그건 그냥 버려야 한다. '에이, 그냥 스친거야. 아무일 없을 꺼야'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나는 정직하지 못한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0.001%로 주사부위의 농양이 생기는 잘못이 될 수도 있다. 거짓말은 나에게 뿐 아니라 누군가의 질문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나의 짧은 지식이 환자의 투약거부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 그렇다. 이건 은퇴 후 재취업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일이 어떤지 잘 모르고 시작 할 수도 있다. 실습을 통해 병원에서 보는 것은 취업 후 내가 해야 할 일의 100분의 1이라고 생각하면된다. 보여지는 것은 그냥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그래서 실습 시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 한명을 하루 종일 따라 다니며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실습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그리고 의문점은 물어보라. 간호사가 하는 행동 하나에는 이유가 있고, 그 행동의 배경에는 의료지식과 환자의 건강이 있다. 환자의 병명과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처방과 간호를 행하는 병원이라는 조직에서 그냥 행하는 일은 없다. 요양병원에서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을 확인하는 것은 만성질병자의 대부분이 혈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오랜시간 침상에서 생활하는 와상의 체온상승은 신체의 문제를 알려주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의 소변량과 소변횟수의 측정은 아주 중요한 확인이며 소변의 색깔도 중요한 건강지표가 된다.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냄새맡고, 보고하는 것이 중요한 일인데 사소하게 생각하고 지나쳐버리면 몇시간이나 하루가 지난 후 심장이 멎어버리는 상태를 마주할 수도 있게된다. 정직하지 못한 행동과 생각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다음으로 내가 생각하는 "의료인의 자격" 은 '팀워크'이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24시간 이어지는 일이다. 8시간 돌보고 환자를 방치했다가 다시 8시간 돌보는 그런일이 아니다. 내가 퇴근했다고 환자의 돌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의 누군가가 나를 대신하여 환자를 돌보고 있는 그런 팀의 일원인 것이다. 그래서 이일은 창의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만약 창의성을 발휘하여 기막힌 방법을 알아냈다면 공유해야 한다. 나의 창의성이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검증되지 않았기에 변화를 지켜보고 잡아주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실의 모든 물건은 정해진 자리에 있어야 한다. 급하게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 제자리에 없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응급상황이 터지면 간호사는 "초"단위로 행동한다. 주사기를 까고 약물을 주입하는데 30초에서 40초 정도에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멸균 상태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손떨림은 비멸균의 지름길이다. 소총수가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기듯 지시받은 순간 지시를 되새기면 눈은 정확한 약물을 인식하며 손은 이미 마무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주사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으면 초단위가 분단위로 넘어가게되고 이미 절망의 상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만약 재취업으로 입사했다 하더라도 내가 근무하는 그 곳의 분위기를 충분히 따라가 줄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나의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주지 않고 건강한 멘탈로 견딜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이해하고 충분히 배울 준비가 되어야 하는 재취업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이미 1년이상 그곳에서 근무를 하며 나름의 문화를 형성한 사람들이다. 물론 신규 취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재취업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게 내가 예전에 근무한 곳의 환경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려는 생각을 한 순간 나의 경험은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의료분야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상황이 다르다. 나는 요양병원으로의 재취업에 국한해서 말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젊은 간호사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이 40대 이상으로 어느정도의 급성기 경력이나 그외 타 의료분야의 경력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인간관계가 기본으로 있지만 환자를 다루는데에 있어서는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간호사들이 많다. 물론 간호조무사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간호조무사라고 하더라도 요양병원 경력 1년이면 응급시 준비해야하는 물품은 무의식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내가 이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과 같이 근무를 해야 하는 요양병원으로의 재취업에 대한 나의 충고는 "과거는 집에 두고 출근하여 팀워크를 익히면서 공부하세요"이다. 이전에 가졌전 나의 경험은 요양병원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건 환자들에게 공감할 때와 쉬는 시간에 잡담하는데 사용 가능하다. 요양병원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환자와 잘 지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간호업무를 충실히 원활히 하느냐'이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힘든 직업이다. 의료인들은... 자만감이 강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존감이 강한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런 집단의 사람들이 만약 믿지 못하는 사람과 한 팀으로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 그가 퇴근하고 난 후 벌려 놓은 일을 뒷처리해야 하는 경우, 본인이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퇴근하면 고스란히 그 다음번이 마무리를 해야 하는 사람과 한 팀으로 근무한다면 1명으로 인해 3명이 힘든 상황이 되고, 나머지 인원들은 그와의 근무가 겹치는 날에 긴장하거나 불만을 가지고 해피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일 자체만으로도 해피할 날이 별로 없는데 동료의 뒷처리까지 해야한다면 그 근무시간는 지옥이 되어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를 하게되는 것이다. 팀으로써의 인간관계는 더 힘들다. 일반 사무직들도 이런 경우에 힘들것인데, 내가 다루는 것이 사람의 생명이라면 더욱 긴장하게 되는 상태에서 팀원중 이런 사람이 있는 상태면 정말, 그만두고 싶어진다. '태움'이라는 단어를 피하기 위해 내가 '역태움'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것이 기존 팀원들이 느끼는 감정의 종류일 것이다.  


  은퇴 후 재취업으로 간호조무사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에게 이 말은 꼭하고 싶다. "과연 내가 의료라는 전문가 집단의 필드에서 적응할 수 있는 정도의 멘탈과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의료의 기초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임하는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은퇴 후 재취업으로서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은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과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나의 지식과 인성으로 간호팀으로서의 생활하면서 만성질환을 가진자들에게 행하는 간호를 충분히 적용해 줄수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의 마지막을 잘 정리할수 있을까? 즉, 누군가의 주검에 내가 손을 뻗어 충분히 다듬어서 보호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가끔 호흡을 도와주기 위해 목에 구멍을 내어 기구를 끼우고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일정시간에 가래를 뽑아주어 호흡을 도와주어야 하는 일도 간호사가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못하고 손을 떨거나, 고개를 돌리고 하는 간호조무사를 가끔 대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환자가 봅니다. 그 사람 말 못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거나 감정이 없는거 아닙니다."라고. 환자는 사람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감정이 있는 환자이다. 치매에 걸렸다고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말을 못한다고 생각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서 열이 나지만 주위에서 말하는 소리를 다 듣고 누워있다. 절대로 간호사는 환자앞에서 싫은 내색을 하면 안된다. 특히 요양병원에서는 그 말 한마디에 싸움이 나기도 하고, 너무 화나서 소리지르다 심장이 멎기도 한다. 내가 재취업 해야 하는 요양병원에 대해 좀 알아보고 마음자세를 다 잡고 출근하자. 간호조무사는 앉아서 환자와 시시덕거리며 일하는 직업이 아니다. 그건 연속극에서 나오는 이야기이고 현실은 빡센 간호사에게 욕들으며, 밥도 15분만에 먹고 돌아와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최대의 여유인 곳에서 뛰어다니며 일한다. 그런데 입사시에 아무도 그 말은 안 해준다. 입사시 병원 행정가들은 한결같이 "우리 병원은 다른데 비하면 일이 없어요"라고 한다. 그말 믿지말라. 다른데는 급성기 병원을 말한다. 급성기 병원은 정말 전쟁터이고 간호조무사는 행정보조만 하는 곳이다. 나도 급성기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사이다. 그 급성기보다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신규 간호조무사가 환자들과 마주보고 앉아 대화나눌 수 있는 시간은 없다. 요양원은 조금 덜할까? 내가 알고 있는 요양원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서류일 많구요. 내 시간이 없어요. 밤에도 불려나와야 해요." 왜? 요양원에는 의료인이라고는 나 하나 밖에 없으니 모든 일은 나에게 집중된다. 그러다가 목에 밥이 걸려 호흡곤란이라도 일어나면 응급처치까지 혼자 다하고 병원까지 모시고 가는 일도 해야 한다. 즉, 많은 경험이 있어야 원활히 할 수 있는 곳이 요양원이라고 한다. 아~~. 세상이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간호조무사로써의 재취업은 해 볼만합니다. 단, 마음 단단히 먹고 각오 다진 후 취업하여 열심히 적응하세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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