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찬다"의 예능인을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그 사람이 잘하는 것은 다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여 직업이 된다면 그 인생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었지만 타성에 젖으면 점점 싫어지기도 한다. 그런 싫음이 생기면 '정말 좋아한것이 맞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생활을 윤택하게 한다면 성공한 것, 맞다.
한국사람들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것도 좋아하고 또, 노래도 잘하지만 가끔 나처럼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 락발라드를 좋아한다. 그것이 윤도현밴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 부르는 노래는 트롯이다. 그것도 중저음의 남자키로 부른다. 여자노래는 소화를 할 수 없는 고음불가이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어느날 지인이 '체력관리 하셔야 할 나이가 되셨네요'라고 했다. 그래, 나이들면 체력관리해야하지. 만성질환도 있으니 꾸준히 체력관리해야 하겠지. 그런데...
한 5년전 쯤, 당뇨진단을 받았다. 막내 출산 후 갑상선기능항진으로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당시 3교대 근무라는 불규칙적인 근무시간과 중환자실근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잠과 야식으로 해결하다보니 느는것은 체중이었다. (그런 이유로 갑상선치료를 거의 5년 넘게했으나 TSH 수치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T3, T4 수치가 2년째 정상수치라서 의사와 의논 후 약을 중지했다. 그 후 2년에 한번씩 갑상선수치 검사를 하고 있다.) 성격상 잘 움직이지 않는 'I'이기도 하고 휴일에 사람만나면 더 피곤해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휴일은 온전히 침대와 한몸이 되어 '천장보기' 또는 '꿈속헤매기'를 해야 쉬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내가 나이들었다고 운동을 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 당뇨 진단을 받을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병원인증" 준비를 시작했을 때였다. 건강검진 상에서 혈당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서 정밀검사를 했더니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같이 근무했던 개원의에게서 처방을 받기 시작했다. 그 개원의는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첫 방문에 "운동하셔야 되는 거 알죠?"라고 했고, 난 "예, 알아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한번 쓱 쳐다보더니 "하셔야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내가 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던 것이다. 이 후 운동은 하지 않았지만 음식 조심하고 많이 움직이려고 했다. 그랬더니 체중이 조금 줄었다. 몇개월 후 그 의사가 "처음 약 먹으면 체중이 조금 줄어요, 약 때문이니까 이때 쯤 운동하면 체중관리가 될꺼예요."라고 했다. 내가 "예~"라면 말끝을 흐리자 "운동 안하시면 식단 조절은 해야해요"라고 했다. 난 "아, 예"라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시점에서 의사가 혈당조절이 잘되니 약을 끊고 조절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준비하던 "병원인증"이 끝나고 2달쯤 지났을 무렵인 어느날 갑자기 내 소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났다. '아, 다시 시작이구나. 내가 관리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 개원의를 찾아갔다. 그리고 소변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검사해야겠다고 했고, 검사결과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7.9가량 되었다. 그래서 당뇨약을 다시 시작했다.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는 내가 '당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개원의를 방문하여 당뇨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생활습관이 병을 만든것이다.
나는 운동하는 것은 싫어한다. 그런데 보는 것은 좋아한다. "스포츠는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것이다. 그래서 프로선수라는 직업이 있다."라고 확신하면서 사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 중 계속 뛰어다니는 단체운동을 좋아한다. 야구보다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공을 치고 달리는 운동보다는 가지고 다니는 운동을 좋아한다. 실내경기는 농구를 좋아하고 실외경기는 축구를 좋아한다. 농구보다는 축구를 더 좋아한다. 그런데 딱히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없다. 유일하게 좋아했던 선수가 차범근선수이다. 어릴때 테레비에 가끔 나왔던 차범근의 모습은 멋져보였다. 그 시절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멋있었고, 골을 넣는 장면도 멋졌고, 골 넣고 나서 웃으며 뛰어가는 모습도 멋졌다. 난 아직도 한국 축구선수 중 차범근선수가 제일 축구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
그런데 몇년전 부터 좋아하게된 전직 축구선수가 있다. 그는 선수시절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였다. 잘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선수지만, 축구는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없던 나는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딱히 응원하는 팀도 없었지만 축구장에는 자주 갔다. 1990년대 부산에서 직장생활할때 원장님이 축구를 좋아하여 병원차원에서 축구경기에 의료지원을 해주었다. 물론 병원 홍보의 목적도 있었겠지. 그래서 큰 축구경기가 열리는 경우, 의료지원팀으로 몇번 참석하여 관람석이 아닌 관계자석에서 관람한적이 있는데, 정말 멋졌다. 그때의 운동장은 잔디구장이 아니어서 선수들은 훍바닥에서 뛰어다녔다. 직접 뛰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경험중 하나였다. 그때서야 축구의 과격한 몸싸움을 바로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보게되면서 더 매력을 느꼈다. 난 그때부터 다부진 체격에 목 짧은 운동선수를 좋아했다.(그래서 클린트이스트우드를 좋아한것인지도...) 그렇게 축구경기 자체를 좋아했지만 부산을 떠나면서 생활에 바쁘다보니 가끔 테레비에서 하는 큰 경기만 볼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 스포츠 전문채널이 생기면서 축구를 다시 띄엄띄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난 어느날, "뭉쳐야뜬다"라는 여행프로그램을 보게되었다. 궁금해서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안정환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에서 틱틱거리지만 배려하는 '경상도 남자'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그 프로그램이 끝나고 "뭉쳐야찬다"라는 프로그램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되었다. "뭉쳐야찬다"는 어느새 나에게 안정환의 인간성과 직업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들도 찾아보게 되어 "편애방송", "클래식은 왜그래"라는 프로그램까지 보게되어, 그곳에서 유쾌한 안정환을 알게되었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 더 정감이 가지게 되었다. "뭉쳐야 찬다"에서는 축구직업인으로써 안정환을 다른 예능에서는 푸근한 안정환을 알게 되면서 그의 매력을 '츤데레'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게 되었다. 난 그의 날렵한 어릴때의 모습보다 지금의 푸근한 모습이 보기 좋다.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는 내가 현역 축구선수보다는 은퇴한 축구선수를 더 좋아하는 요즘에는 OTT가 참 고맙다. 휴일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계속보게 해주니까 말이다. 작년 이맘때쯤 코로나에 걸렸을 때 "뭉쳐야 찬다"를 다시보기하면서 개그맨같은 모태범을 보면서 많이 웃었는데, 이번 '뭉쳐야찬다3'에 나오지 않아서 조금 섭섭했지만 뭐, 안정환이 내린 결론이니 믿고 본다. 사실 '뭉쳐야뜬다'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김성주'때문이었는데 결론은 안정환으로 끝난다. 예능인 '안정환' ㅋㅋㅋ.
사진은 MBC 축구해설로 활약한 안정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