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은 도둑들이 또 시작했다
결국, 서울대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다. 2020년의 사태가 반복되었다. 나는 간호사이다. 의사와 같은 부류인 의료진에 포함되는 직업을 가진 간호사이다. 의료인들은 의료윤리라는 것을 가져야 한다. 나의 이전 글 "은퇴 후 재취업, 요양병원과 간호조무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병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들의 윤리관이 필요한 이유를 언뜻, 언급하였다. 직업윤리는 직업인이라면 가져야 하는, 본인의 직업에 대한 윤리이다. 버스기사는 버스기사로서의 윤리가 있고, 식당의 홀매니저도 식당의 종류에 따른 직업 윤리가 있다. 세상에 직업윤리가 없는 직업이 있던가? 병원에 있는 많은 직업군들에게도 전문직업인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에 그들만이 가지는 나름의 직업 윤리가 있다. 그런 많은 직업 중,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직업인 의료인들에게는 의료윤리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 생명은 소중하며 하나뿐이기에 존엄함을 인정받아야 할 뿐만아니라 그런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나름의 윤리를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물며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도 자신이 다루는 동물에 대한 애틋한 감정으로 직업윤리, 생명윤리를 지키고 있는데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에게 직업윤리와 생명윤리를 거론하는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학교에서 배운 "윤리"는 졸업하면서 그냥 학교에 두고 오는듯 하다. '의약분업'때도 그러했고, 2020년에도 그러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에게는 의료윤리를 내세워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였다. 그 의료윤리를 그렇게도 부르짓던 그들이 이제 그 의료윤리에 등을 돌리고 있다. 간호사들보다 더 "의료윤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그들이 아닌가.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나는 이유가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란다. 의사들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처우개선을 해달란다. 무슨 처우?
몇 년전 "간호대학 정원"을 늘린다고 했을 때, 간호계 인사들이 간호대학 정원 증설은 의미가 없고 처우개선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의사들은 그만큼 처우개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현실상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그들이 사직서내고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그것도 단체 행동으로 말이다. 그래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있다, 직접적으로. 솔직히 간호사보다는 의사가 병원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병원에 간호사 10명이 한꺼번에 그만두면 당장은 좀 불편하겠지만 그렇게 타격을 입지 않는다. 하지만 의사 1명이 그만두면 병원에 타격이 있다. 의사 10명이 사직서를 내는 것과 간호사 100명이 사직서를 내는 것은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한 병원에서 간호사 100명이 그만둔다고 생각해보자. 쫌, 끔직하다. 그 병원은 마비가 될 것이다. 지금의 의사들의 사직서 대란이 그렇다. 그 끔직한 일을 의사들은 자신들의 월급이 깎이는 것도 아니고 1년이 365일이 아닌 400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 짓거리(?)를 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간호대학 정원 증설을 할 때도 한 병원에서 100명이 그만두지 않았다. 간호법이 제정되지 못하였을 때도 간호사들은 단체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반인보다 많이 공부했고 일반인보다 더 많은 윤리를 요구하는 직업인들인 의사들이, 현재 본인들의 수입에 당장 보이는 영향이 없는데도 단체행동을 한단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나의 이전 글에 환자의 심정에 대해 잠깐 언급한 글이 있다. '환자가 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작성한 글이 있다. 환자가 되면, 병에 대한 진단을 받으면 환자인 나는 '을'이 된다. 의사가 나에게 불리한 진료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다. 일부 고집세고 자기의사 확실한 분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대체 의과대학 정원늘리는 것이 전공의들이 파업을 아니, 사직서를 낼 정도로 심각한 일인지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정원미달인 학과들도 많고 심지어 지원자가 없어서 폐강하는 강의들도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을 다르다. 의약분업 이후 의대정원을 해마다 줄여왔다. 왜냐, 의사들이 의약분업때 그렇게 원하였으니까. 쉽게 이야기하면 의약분업하고 나면 의사들의 수입이 줄어드니까 새로 나오는 의사수가 적어야지 기존 의사들의 수입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이유가 작용했지 싶다. 한마디로 의사들은 자신들의 수입에만 연연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본인들이 직접 증명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가 항상 이야기하던 "허가낸 도둑놈"인 의사들이다. 물론 의료윤리를 실천하고 계시는 의사선생님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선생님들은 어디에서 숨 죽이고 계시는 걸까?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생긴것이 한국 의료계의 시스템이 국가사업이 아닌 개인영리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가끔 이야기 하였듯이 기억하자, 한국의 병원은 개인영리사업체이다. 그래서 간호사 및 관련 직업인들은 '회사원'이다.
이 글은 "전공의 파업"이라는 기사를 접하고 의아하면서 분한 마음에 급하게 적어본다. 물론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같은 의료인으로서, 한국의 의료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버튼을 눌렀다는 것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내 의견을 피력해 본다. 나도 느끼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왜냐, 의료인 중 하나인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지금 아픈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요일이 아닌 화요일에 이글을 올린다. 감정을 추스리며 일상에세이를 적고싶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