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대가겠다던 미국인 유씨와 소말리아계미국인 유튜브는 동색이다.
글쓰기는 첫 문장이 중요하다. 첫 문장이 어떻게 시작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나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쓰기로 한 글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첫 문장에 따라 글이 흘러간다. 가끔은 이런 글을 써야지 하며 시작할 때는 첫 문장을 굉장히 고심하다 결국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나의 단점이다.
오늘도 나는 '이런 내용의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다. 하지만 첫 문장이 문득 튀어나와 버렸고, 그 글은 내가 원하는 내용이 아닌 다른 내용의 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또 다른 첫 문장을 시작했다. 오늘 글의 주제는 '글쓰기'가 아니다. 그런데 첫 문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버렸다. 그렇게 또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보자. 항상 내가 이야기하려는 주제로 돌아가려 의식하다 보면 이야기는 뚝뚝 끊겨 버리고 중간에 뜬금없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한탄은 여기서 하는 것이 아닌데도 이렇게 또 끄적거리며 내 글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 참...
글에 대한 생각을 하다 문득, 한 가지 지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의 고집에 대한 어느 지식인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확한 내용은 아닐지 몰라도 내가 기억하는 그것은 '한 가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한 가지가 전부이기에 그 한 가지에 목숨을 건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한 가지의 지식이 전부인 사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좋아 보이기는 한다. 일관성 있고, 고집 있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노력하는 인생. 그러나, '막상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할까? 자신의 인생에 만족할까?'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내가 그에게 물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당사자가 아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 않을까?
아마도 나의 이런 생각은 요즘 점점 더 많이 생성되는 유튜브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나는 역사와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은 데다 요즘 시작한 다문화에 대한 강의로 이런저런 동영상을 찾다 보니 알고리즘으로 인해 다문화에 대한 영상들이 올라온다. 그중 최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소말리아계 미국인의 행태도 어김없이 내 유튜브 영상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뭘까로 시작하여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빠져들게 되는 영상들... 쩝.
그 소말리아계 미국인이라는 사람의 목적은 그의 말에 내포되었듯이 '돈'이다. 유튜브는 관심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곳이기에 그에게 관심은 돈이 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그 관심이 도덕과 윤리를 벗어나는데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한 도덕과 윤리를 무시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이지만, 막상 지독한 범죄자들은 조용히 자신의 범죄를 행하며 도덕과 윤리를 지키는 척 행동을 하여 관심을 끌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달라 소리치는 사람은 대개 범죄를 저지른다는 목적보다는 관심으로 발생하는 다른 이익을 노리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무관심'이 답이기는 하다.
그는 관심이 돈이 되는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돈을 만들려는 그 목적 때문에 그렇게 영상에서 대놓고 큰소리로 횡설수설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달라고 하는 그것이 바로 유튜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관심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행동 중, 방향을 잘못 잡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예전부터 다른 문화와 여러 종교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나는 올해 다문화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더욱 많은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얼마나 다른 문화를 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강의를 준비했다. 원래 나와 다른 문화는 내가 속한 문화가 아니기에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문화가 나의 범주안에 들어오게 되면, 다름을 인식하는 순간 다름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것이 한 가지 지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특성이다. 하나의 문화, 즉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가 전부라고 알고 있는 지식에 내가 모르던 다른 문화가 나타남으로써 나는 문화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충격과도 같은 것이다.
요즘의 한국인들은 타문화에 대해 예전의 많은 사람들처럼 배타적이지 않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특히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근현대의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 그 근현대의 한국사가 현재의 징병제가 실시되는 이유라는 것도 막연히 알고 있다. 그런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아픔을 상징하는 상징물을 희롱하는 행동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물론 한국인들만 가지는 공동체의 특징일지도 모르는 오지랖이 발동한 것이다. 그 오지랖의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 그 소말리아계 미국인의 문제인 것이다.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동양인도 분명 한국인은 아닐 것이다. 만약 한국인의 정서를 아는 한국인이라면 그런 행동에 대한 조언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그는 분명 한국인이 아니다. 만약 한국 국적을 가진 이라면 그의 부모는 분명 친일계의 무늬만 한국인이다.
이번 '소말리아계 미국인의 유튜브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는 이상한 결집력을 다시 한번 느낀다. 좋은 방향으로 발현되면 도로에 흩어진 사고차량의 병들을 정리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발현되면 밀양여고생 성폭력 사건이 되어버리는 한국인들만의 응집력. 아마도 그 유투버가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인의 이상한 응집력을 그가 느꼈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가 그런 행동을 고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는 돈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고, 그래서 돈이 된다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그의 인생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멋대로 떠들고, 욕하고, 타인이 분노할수록 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그런 경험이 그를 말로만 하는 사과를 하고 돌아서서 더 큰 분노를 유발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의 이 사태도 그에게는 지나가면 되는 사건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고, 다시 또 다른 총기가 없는 나라를 떠돌며 욕하는 반 사회적인 인물이 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실제 총알이 장착된 총기를 눈앞에 직면하고야 '아, 내가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또는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예전 한국에서 군대를 가겠다고 하다가 한국국적을 버린 어느 유명한 미국인 누구처럼 말이다. 그 미국인 유 씨는 아직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 단지 한국인이 유별나다고 한다. 그 미국인 유 씨와 이 소말리아계 미국인 유투버는 같은 계통의 인간이다. 돈이 되는 일을 방해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둘은 한국인을 싫어한다. 한국인들도 이 둘을 싫어하고 있다. 하나는 징병제를 조롱한 미국인이고, 하나는 일제시대 피해자인 위안부를 조롱한 미국인이다. 이 일로 주위의 미국인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순하고 성격 좋은 미국인들 많은데, 그들도 속으로는 그 유 씨와 그 유투버처럼 한국을 조롱하는 사람들인가 하고 색안경을 껴 본다.
그 둘로 하여금 내가 알고 있는 미국 국적의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파렴치한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예민함일까? 나는 그렇게 감정이 예민한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름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고 느끼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감정이 예민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분노를 표현하며 길길이 뛰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다. 며칠 후면 그녀를 만나는데 그녀에게 이런 이야길 하며 반응을 살펴야겠다. 물론 내 예상과 별로 다르지 않겠지만 말이다. ㅋ
가끔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보면서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는 글쓰기 된다는 사실에 새삼 즐겁다. 가을이 되면 차분함에 돌입하다 못해 무기력해지는 나의 호르몬 영향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그렇게 또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경험을 또다시 하게 된다. 이제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져 버린 인생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살아있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사실 이 글은 소말리아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것인데, 유튜브 이야기가 나오면서 요즘 이슈가 되는 그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마도 요즘의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회적인 이슈였나보다. 평소 생각이 그냥 글이 되어 버렸다. 이런게 수필을 쓰는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