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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비에 떠넘겨 가고, 2월은 비와 함께 옵니다.

어느새 2025년의 열두 달 중 한 달이 지났다.

by 나니야

1월이 갔다. 휘적휘적이는 바람에 발걸음 휘청이며 1월이 가버렸다. 아쉬움도 섭섭함도 느낄 사이 없이 말도 없이 떠나버린 1월의 공백을 2월이 차지하려 한다. 그렇게 2월 1일이 되었다.


나에게 2025년의 1월은 30일이 두 바퀴 돌아서 다시 30일이 된 듯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12시간 근무 3일에 하루를 쉬는 4번의 턴을 지나고 병간호를 8일 하고 9일째 새벽 비행기를 놓칠까 고심하며 잠을 설쳤다. 그리고 새벽 비행을 마친 그날 밤, 근무를 했다. 다음날까지 이틀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고 나서 다시 근무를 하니 2월이 한 발짝 곁에 다가와서 나란히 걷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팩케이지 여행자 마냥 무작정 앞사람의 발자국만 쳐다보고 걷고 있다. 그렇게 1월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2월을 만났다.


새해에는 여러 계획들을 세운다. 나에게 2025년은 특별한 계획 없이 1월을 맞았고, 그냥 '하던 일을 열심히 하자'가 계획이 되어버렸다. 계획이란 세우고 실천하고, 좌절하고, 다시 세우면서 결심을 굳히는 그런 것 들인데, 작년처럼만 지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2025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세상일이 부질없어졌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내 삶에도 파고든 것이다.


내가 어떤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인 이유가 나를 매번 새로운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는 시점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저 정치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모든 변화들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났지만 나의 생활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현실이 못마땅하지만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열심히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내 성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서 좋고 싫음을 구분할 수 있는 60년대 생이다. 많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있었던 대한민국과 시간을 보내며 당시의 세태에 휩쓸리기도 하고, 나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하고, 동생말에 의하면 데모한다고 밤에 귀가하지도 않은 시간들을 보낸 20대가 존재하는 그런 세대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룰 수 있는 이성과 판단도 생기게 된,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30대와 그 선택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40대를 지나 50대에서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구를 챙기기 시작한 생활을 바탕으로 한 60년대 생인 내가, 절망보다는 무기력에 가까운 감정들을 느끼는 것이 요즘이다. 그 요즘에서 특히 2025년 1월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인생에서 한 장의 달력인 2025년 1월을 떼어내고 있다.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정치적 생각이나 판단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아마도 타인들과의 언쟁이 싫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내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여론조사 전화가 확인되면 끊어버린다.

이런 나를 사람들은 중도라고 한다. 어떻게 불리던 상관없다. 어차피 내 의견이 정치에 반영되었다고 내 인생이 변할 만큼 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인물은 아니다. 나의 생각을 피력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조그마한 지면이라도 빌려 내 생각을, 내 생활을, 내 성향과 취향을 적어볼 뿐이다. 누군가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생각을 비판하거나 동조하지는 않는다. 그렇듯이 어떤 이도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나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이 있지만 어느 곳에도 나의 의견을 강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리가 마련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 생각이 존중받았으면 한다. 그런 것들이 요즘 내가 바라는 것이다.


2025년의 1월이 비에 떠넘겨 가고, 2월이 비와 함께 오고 있다. 세월이 가는 것처럼 나의 시간도 비에 젖어 가고 있다. 2월에 내리는 겨울비는 대지를 적시지만, 내리는 비에 촉촉해지지 않고 더욱 건조해지는 나는 오늘도 하루를 보내고 있다. 2월의 첫날에 나처럼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사진) 나니야의 다꾸 작품 25-01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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