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와 함께
지난 4월 문학관에서 주 1회 5주 동안 강의하는 수필창작수업이 있었다. 글을 다양하게 써보고 싶은 욕심에 창작수업을 신청하게 되었다. 타 지역의 대학에서 강의하셨던 영문학자 겸 수필가인 분의 강의로 수필이란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론 수업이 끝나고 현지의 수필가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내가 써 놓았던 글을 멘토링받을 수 있도록 신청하였다. 몇 명의 경쟁자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3명이 발탁되었다.
정해진 시간 전에 도착하고 싶어 일찍 출발했으나 교통정체에 걸린 데다 약간의 착오로, 빠져야 되는 길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을 써버렸다. 겨우 도착한 문학관의 소세미나실에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모여있었다. 인사를 하고 착석을 하였더니 바로 시작되었다. 사전에 질문을 받았는데, 내 질문이 두 번째여서 나름 기대를 했다. 그런데 첫 번째로 시작하던 멘티에게 내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 묻고 있었다. 순간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내 글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말도 들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질문이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럼 그 질문이 좋은 질문이었다는 건데, 칭찬이 없었다. 그리고 쭉 이어진 첫 번째 글에 대한 멘토링이 진행되었다.
물론, 타인의 글을 멘토링하는 것을 들으며 내 글에 대한 방향성을 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나에게 굉장히 공격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분명히 시작과 동시에 자기소개를 하면서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는 내 직업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문학적이고, 이론적인 것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 책을 읽다가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보는 사람은 없단다. 왜? 내 주위에는 많은데?
그렇게 이건 빼고, 이건 설명이 너무 많고,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를 되풀이하다 멘토링이 끝났다. 무료로 제공받는 멘토링이고, 나름 내 글쓰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별로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러나 금전을 지불했다면 환불을 요구했을 것 같다. 마치고 나와서 사무실의 진행담당자가 후기작성을 폼으로 보내겠다는 안내를 하면서 어땠는지를 물었다.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면서 글을 쓰고 있고, 시나리오 등등을 많이 써본 경력을 가지고 있는 첫 번째 멘토링 대상자였던 그녀는 좋았다고 했다. 좋았겠지. 좋을 수밖에. 두 시간 중 1시간 넘게 멘토링을 받았으니 좋을 수밖에. 하지만 나와 마지막에 멘토링을 받았던 다른 한 분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대답을 흐렸다. "글쎄요. 지금 당장 말하기 그러니까 후기 작성에서 말할게요."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출근을 했다.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여유 시간이 생긴 새벽, 후기 작성을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멘토링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아쉬웠다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좋았던 점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감정만 생각났다. '내가 늦어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나'라는 생각까지 하게되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렇게 공격적인 말투가 아니라도 되지 않았나 생각하다 그 수필가가 학교의 선생님으로 은퇴한 분이라는 배경이 떠 올랐다. 어쩌면...
글이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듯이 말도 말하는 사람의 인품과 성격을 나타낸다. 말하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말하는 사람의 품위와 인간성이 나타난다. 특히 성인의 교육은 아이들의 교육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인품이 드러난다. 많은 수식어와 표현들이 떠오르지만 생략하겠다. 문득 언제인가 수필로 등단한 지인의 말이 떠올랐고, 공감되었다. 그는 나에게 멘토링해 주었던 수필가가 속한 협회의 모임에 참석하고는 "이 지역 여류 수필가에게는 적응이 안 되네요."라는 감상을 전한 타 지역 출신이었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강요하는 멘토링 후,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몇 개의 창작수업을 더 듣고 몇 번의 멘토링을 더 하고 난 후 생각을 다시 정리하자로 마음을 정리했다. 이번의 경험이 글쓰기에서 약간의 해프닝이길 바란다. 이런 경험으로 내가 쓰는 글의 방향이 변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멘토링을 한 것과 창작수업을 들은 것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자신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창작수업을 듣고, 또 다른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나는 또 시도를 할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글쓰기의 개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쓰고 싶은 글만 잘쓰기 위해 '현실을 무시하기로 했다'는 것이 내가 가진 글쓰기의 방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내 글의 개성을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인정한다. 나만의 개성이라고.
이번 수필 수업 후의 멘토링이 남긴 것은 마음의 상처와 함께 "내 글은 나니야의 개성을 드러내는 글"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혀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