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힘드니 이직을 고민한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직장인이면 누구나 이직을 생각한다. 어떤 직종을 가지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항상 일탈을 꿈꾸고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에는 서양인과는 다른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일탈에 대한 생각은 동양인들이 더욱 심할것이다. 난 20대였던 20세기말, 타국에서의 직장생활 경험으로 동서양의 서로 다른 직장 문화와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일찍 알아버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의 인권이나 휴식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로, 우린 그냥 일만 했다. 주 6일 근무로 토요일은 반공일이라는 개념으로 근무를 했고, 3교대 근무특성으로 4주에 6일 휴식을 하던 때였다. 근무시간외에도 회식과 미팅,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휴일에도 직장동료들과의 만남이 주가 되었던 시절로 사회에서 만났어도 친구로써의 정을 쌓을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은 '사회친구'라는 개념도 만들었다. 당시를 추억하면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현재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겠다.
난 2015년 2월 개원하는 요양병원에 수간호사로 내정되어(일명 스카웃 당했다고 표현한다.) 2014년 11월까지 다니던 직장에서 사직 처리를 하였다. 2014년 12월에 다른 직원들과 합류하여 개원 준비를 했다. 병원을 하나 개원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없는 것에서 있는 것, 즉 실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실체의 구성으로 가장 기본이 건물의 존재 여부이다. 건물이 없는 경우는 건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집터를 구하고, 설계를 하고, 토목공사를 하고, 철 구조물을 세우고, 외관을 완성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하고, 가구와 집기들을 제자리에 배열하면 일단 외부는 끝난다. 그곳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직종간 구별, 직원의 서열정리, 직원들의 고유업무 배정, 업무의 순서도, 업무 숙련도를 위한 실습과 교육, 필요한 서류의 준비, 병원의 경우 진료를 위한 체계 구축과 의사소통의 순서까지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병원인증제도가 존재하기에 시설과 업무의 구축에 있어 인증제도의 기준을 맞추어야 하는 것도 관리자와 책임자의 업무 범위에 들어간다.
이렇게 모든 것이 준비되면 개원식을 하고 환자를 맞이 한다. 이러한 일들은 병원의 규모와 상관없이 기본이다. 병원의 규모가 크면 그 규모만큼 더 많은 직원과 직종이 존재하므로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하고 더 어려워진다. 병원의 규모가 작아도 기본적으로 진료부문(각종 전문의사, 각종 진료과의 간호인력), 진료보조부문(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재활치료사, 임상병리사, 입퇴원관리 및 외래, 보험심사 및 원무) 그리고 기타(영양사, 조리사, 미화, 설비, 시설, 총무, 구매, 차량관리) 등등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이 이정도면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에 병원이 하나 생기면 그 만큼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요즘은 병원에 따라 오는 부대시설도 무시 못한다. 대표적인 부대시설이 병원근처의 의료기상사와 약국이 있고, 병원의 규모에 따라 장례식장이 들어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큰병원으로 알려진(일명 빅4) 병원들은 의과대학을 끼고 형성되어 있어 일종의 대학 캠퍼스의 규모로 이루어져있다. 그곳은 각 전문진료기관들이 하나의 건물로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이 근무한다. 예를 들면 암센터, 척추센터, 연구동 같은 곳이 빅4병원들의 건물 구성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큰 병원에는 더 많은 인력과 더 많은 시설들이 존재하기에 전국에서 많은 환자들이 진료나 입원을 위해 방문한다. 보통 입원환자대가 1000명 근처이거나 더 이상이 되는 곳으로, 이런 곳은 기본적인 병원인력만 입원 환자 수의 1.5배에서 2배 이상 이 된다. 그러나 입원환자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지역 병원의 경우에는 근무인원수도 100명이내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병원의 기준을 평가하는 기관에서의 평가기준은 지역의 구분없이 시행하기에 대도시, 중소도시, 시골등의 지역 구분없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아마도 지역에서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관들에 의해 정해진 기준으로 추측한다.
지역사회, 특히 시골로 갈 수록 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이 현저히 대두된다. 즉, 병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사, 간호사가 없다고 인식하면 될 듯하다. 그나마 중소도시 같은 곳은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전문의사나 군복무를 대신하는 군의가 존재하기도 하고 간호대학의 존재로 젊은 간호사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대도시에 대한 열망인 인서울을 원하는 젊은 전문인력들이 많아 지역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결혼이나 퇴직으로 인한 간호사들이 유입되기는 하지만 그들은 흔히 말하는 장롱면허들로 여러가지 개인사로 인하여 전문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이다. 이러한 장롱면허는 특별한 동기가 없는 이상 끄집어 내기 힘들다.
가볍게 현재 지역병원의 상황를 이야기하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전반적인 인력문제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어 다시 주제로 돌아가 보자.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병원이 하나 존재하기 위해 많은 시설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현실의 지역사회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를 도와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공공의료체계내에서의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병상확보가 어려웠던 이유도 병원이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정부가 요청한다고 해도 어떠한 이득이 없다면 동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의료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대학이나 법인 혹은 개인의 소유이기에 정부에서는 기준을 맞추라고 제시만 하고 실제로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물론 정부는 이런 저런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하겠지만 그 혜택도 조건을 갖추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조건은 오로시 병원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나의 이직뿐 아니라 많은 간호사의 이직이 이런 한국의 병원 체계에 대한 인력문제가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나의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은 감정노동자이다. 간호사 자살사건이나 의사 과로사, 여러 의료사건들도 이런 인력난에서 나오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개인에게 영향을 끼친것이다. 의사나 간호사 혼자 2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보거나 간호하는 경우에 그 전문적인 일들을 해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여 8시간의 근무 후에는 탈진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근무가 8시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에 이러한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8시간만 근무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사람은 서류를 상대로는 10시간 이상을 일할 수 있지만 인간을 상대로는 8시간만 근무해도 일명 "기 빨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할 만큼 탈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적 뿐만아니라 정서적 탈진까지 오게되면 인간성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장이 현재 대한민국 지역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이며 대표적으로 간호사들이다. 이런 현장이 지속되면 결국 질 낮은 간호를 받게되는 지역주민들은 병이 깊어지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잘 되어있다. 그러나 의료시스템체계는 문제가 있다. 같은 의료보험을 내면서 근처에 병원이 없어 생활을 일단 접고 도시로 나가야 하는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은 누구도 돌보지 않는다.
몇년전 정부가 지역주민들의 의료지원을 위해 지역에 의사들을 보급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에서 반대를 심하게 하고, 의대생들도 협조를 하면서 한 동안 떠들썩 한적이 있다. 일반인들 특히 지역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섭섭하고 서운하며, 그런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미워지기까지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나의 부모님도 이런 시골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는 의사를 '허가낸 도둑놈'이라는 표현을 했다. 의료진의 하나인 나도 어쩌면 그 표현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잘못된 걸까? 인간이 사는 곳의 환경에 따라 의료혜택이 달라진다면, 어느 누가 지역에 살고 싶을까? 지역 갈등이나 지역간 차별은 이러한 것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대우받으면서 살아야할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정치권에서 표현하는 개돼지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Aug-28.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