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삼자의 시선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볼 때

by 구름사이달빛
다양한 관점에서의 나

사람은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 각자의 기억 속에 저마다 다른 ‘나’로 저장된다.

부모님, 형제자매, 어린 시절 친구, 직장 동료,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까지,

우리는 수백, 어쩌면 수천 명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며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언제나 동일한 존재지만,

장소와 시간, 관계의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른 ‘나’로 여겨지는 셈이다.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다

우리는 타인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바탕으로 각자의 관점에서 판단을 내린다.

누군가는 말투로 사람을 판단하고, 또 누군가는 성실함이나 유머, 침묵의 방식으로 그 사람을 기억한다.

이처럼 한 사람은 보는 이에 따라 무수히 다른 인상과 해석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실제의 ‘나’와 얼마나 같을까?

‘나 자신’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도해 보더라도 결국 그것은 내가 상상한 타인의 시선이지, 실제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제삼자의 시선은 언제나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

누군가의 관점에서 나를 바라본다고 가정해도, 그건 결국 “그 사람이라면 이렇게 나를 볼 것 같다”는 내 상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상상은, 나의 기대·불안·자의식에 이미 물들어 있다.


이러한 한계를 알면서도 내가 제삼자의 시선을 상상해 보는 이유는, 그 시선이 때때로 나를 ‘조금은 더 낯설게’,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바로 그 낯섦 속에서 나는 나의 진짜 감정, 욕망, 허위 없는 마음을 발견하곤 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

나는 때때로 내가 인간이 아니라, 감정도 욕망도 없는 아주 낯선 존재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고 싶어진다. 내가 만든 문장, 내가 느끼는 피로와 게으름, 이 모든 것을 그저 현상처럼 바라보는 시선으로 말이다.


그 시선은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타인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하나의 생명체가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단순한 관찰. 그런 시선에 닿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시선을 상상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나’라는 의식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내가 나를 생각하는 한, 나는 여전히 인간이며, 뇌가 만들어낸 의식 안에 머문다. 나는 나의 경계를 넘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시선은 늘 모호하고 희미하게 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선을 꿈꾼다. 신적인 것도 아니고, 죽은 후의 영혼도 아닌, 단지 인간이라는 껍질을 벗어난 어떤 존재. 그 눈을 빌려 나를 바라본다면, 나는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내가 정말 ‘전부’일까? 어쩌면 나는 보이는 나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그 바깥에는 아직 닿지 못한 어떤 나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젠가 그 시선을, 짧게나마 통과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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