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그 뒤의 허무함

지루함은 고통일 수도 있다.

by 구름사이달빛
순간의 절정

전날에 엄청난 자극이 있거나 도파민 터지는 일이 있으면 그다음 날은 말도 안 되게 피곤해진다. 특히 지루한 일을 하면 잠이 쏟아지려 하는 딜레마를 겪게 된다. 굉장히 높은 자극에서 다시 고요한 삶의 루틴으로 돌아가려 하니 뇌가 그것을 못 견디고 그 전날에 느꼈던 자극을 또 한 번 느끼고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잠이 쉽게 오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밖에서는 아무리 졸려도 절대 깊게 잠들지 않는다. 새벽에도 굉장히 피곤한 날만 바로 잠들고 그렇지 않은 날들 중에서는 잠이 잘 오지도 않는 때가 있다. 낮잠을 조금 자서 회복을 하려고 해도 그것이 잘 안 된다. 그냥 피곤한 상태에서는 머리를 안 쓰고 내리는 릴스를 보거나 쉽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 같은 걸 하면 피곤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긴 하다. 하지만 내가 하던 것들, 해야 하는 것들을 그 상태에서 시작하려 하면 눈이 감기고 집중이 안된다.


지루함에서의 행복

사실 높지 않은 자극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오래 지속하는 것이 나는 좋다고 느끼지만 가끔 지루함이 고통으로 찾아오는 때들이 있다. 고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지루함을 잊기 위해 재밌는 것들, 달달한 것들을 찾는 것 자체가 아프니까 이 고통을 잊으려고 찾는 것들이 아닐까? 사실 고통은 지나고 보면 고통이 없는 찰나에 나는 살고 있기 때문에 별거 아닌 회상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그 고통에 다시 들어가 보고 느껴보면 그것은 찰나에 생생히 느껴지고 굉장히 아프다. 나는 그것을 지루함, 운동에서 굉장히 와닿는다고 느꼈다. 머리로는 더 하면 좋을 것을 알지만 그 찰나의 고통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두고 싶다는 그 생각은,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든다.


고통 속의 견딤

절정이 오면 추락도 오기 마련이다. 갑자기 급등을 하면 급락을 하기도 쉽듯이 절정도 갑자기 높게 솟아올랐다가 급히 꺼진다. 나는 이 추락과 지루함의 수평선인 그래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견디고 싶다. 고통 속을 즐기는 것은 힘들겠지만 적어도 견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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