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코멘트...
새벽 내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견뎌내고 오늘은 모아브(Moab)로 떠난다.
간밤에 비가 얼마나 내렸는지 쏟아부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이러다 텐트가 찢어지는 거 아닌가 해서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거의 잠을 못 자고 자주 깼던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 텐트 비 한 방울 세지 않고 끄떡 없이 버텨주었다!
그 와중에 나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주님, 지금 쏟아지는 이 비처럼 우리나라의 모든 더러운 죄들을 씻어주시고 주님 앞에 교만함을 용서하여 주시고 이 비가 내리고 난 후 맑게 개이듯이 우리나라가 주님의 자비하심과 은혜로 용서함 받아 새롭게 개이는 역사가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또 새벽에...
텐트 밖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 처음엔 신랑인 줄 알고 잠깐 잠들었는데 다시 깨보니 신랑은 옆에서 자고 있었고 계속 소리가 들려 도둑이 든 줄 알고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신랑을 깨워서 누가 왔다고 하니 우리 신랑도 놀랐는지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온 말....
"후.아.유!!!"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땐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다시 떠올려보니 얼마나 웃기던지 ㅋㅋㅋ
그렇지 않아도 밤새 쏟아지는 폭우에 걱정이 되는데... 텐트 치고 자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있어도 띄엄띄엄 있었기에 텐트 밖에서 나는 소리에 엄청 겁을 먹었다. 누워서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주인공이 바로...
개(dog)였다............
어제 밤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설거지를 안 하고 먹던 거 대강 앞에 두고 잤더니 개가 와서 그릇을 열심히 닦아준 듯하다. -,-;;
날 그렇게 놀라게 하더니 아침에 눈이 마주치니까 꼬리를 팍~ 내리고 슬슬 피해 다닌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보니 오마나~!!!!! 구름이 거의 눈높이까지 내려와 있었다.
'사다리 타고 쫌만 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듯???'
밤부터 오늘 새벽 내내 쏟아부은 비 때문에 일출을 보러 온 목적 달성을 하지 못했다.
원래는 모뉴먼트 밸리의 일출을 가장 좋은 뷰에서 볼 수 있다 해서 옆에 뷰호텔을 한국에서부터 예약을 했었다. 신랑이 진짜 진짜 큰 맘 먹고 300불이 넘는(아마 여행 중 처음이자 마지막일 각오로!!) 호텔을 예약했었는데 LA에서 사정이 생겨 날짜를 뒤로 미루겠다고 딜레이를 시켜놓은 상태였는데 전화를 해보니 난데없이 취소되어 환불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수수료 60불 가까이 제외하고...ㅠ.ㅠ
그 땐 정말 아깝고 어이가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돈이 아깝지가 않더라...
300불 주고 해돋이도 못 볼 뻔 했으니... 차라리 환불 받고 20불짜리 텐트에서 자기를 잘했다.
'그래도 아쉽긴 하네... 허허~'
아무튼 모뉴먼트 밸리는 보는 시간에 따라서 각도에 따라서 위치에 따라서 정말 여러가지 다양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가족 사진 한 장 남기고 서둘러 모아브(Moab)로 달렸다~~
모아브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모아브 코아 캠핑장이다.
역시나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긴 시간 차 타느라 지치고, 배고픔에 지치고...
결국 강군은 뻗으셨다. ㅜ.ㅜ
'미안해 얘들아... 장시간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지이...'
한창 달리던 중 마트가 보여 들렀다. 마트에 들어가니 갑자기 생기가 도는 진가네~ ㅎㅎㅎ
이것저것 사니 금방 100불이 훌쩍 넘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맛있고 배부르게 먹을 생각하니 아깝지가 않구나...
'너희들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 아니...'
마트가 얼마나 큰지 미국에서 뭐든 작은거 구경하기는 힘든 것 같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여기 모아브는 햇살이 강하게 내리 쬐었다.
저러다가 비도 조금 내리긴 했지만...
모아브 캠핑장엔 토끼들도 왔다갔다 하고 사람들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신랑은 테이블 위에 타프를 치고 끈을 연결해서 빨래줄을 뚝딱 만들어냈다.
나는 그 사이 빨래도 널고, 트렁크 안에 먹을거리가 든 가방도 종이 봉투를 넣어 정리했더니 아주 깔~끔해졌다.
캠핑을 하면서 파이어 스틱으로 불 붙이기에 재미붙이신 찬군...
그 사이 뉴 페이스 등장~ ㅎㅎㅎ
옆 텐트 사이트에 놀러 온 쥴리앤(우리 아이들이 아직도 이 친구 이야기를 한다)이라는 남자 아이와 인사를 나누더니 금방 친해져서 우리 아이들이 축구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친구도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축구화가 없다고 해서 마침 찬군 축구화가 발에 맞아 빌려주었더니 정말 신나게들 잘 놀았다.
곧이어 프랑스에서 여행 온 또 다른 뉴 페이스도 등장해 함께 놀았다.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 바비큐다. 다들 소고기는 금방 질려하므로 덕분에 식비는 굳는다.
감사하게도 저렴한 진가네 입맛 ㅋㅋㅋ
오늘은 그냥 텐트 치고 이것저것 정리하며 쉬고 아치스 국립공원은 내일 가기로 하고 여기 캠핑장에서 이틀을 머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