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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안아주어라

by 주씨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렇게 살려고 사는 게 아니야.
살려고 이렇게 사는 거지.”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혔다.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살려고 선택한 게 아니다.
다만 살기 위해서 선택한 방식이었을 뿐이다.

누구나 이렇게 살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살려고 이렇게 사는 것이지.
그러니 우리는 본능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왔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그 삶이 비틀어졌든,
자꾸만 돌아가든,
때론 스스로도 부끄럽고 낯설었든.

그래도 우리는
살기 위해 이렇게 살아온 거다.

그러니
이제는 나를 안아줘야 한다.
지독하게 나를 끌고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을,
조용히, 깊이 안아주어야 한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그땐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왜 난 늘 부족하고, 흔들리고, 모자랄까.
수없이 되뇌이며 나를 채찍질해온 시간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그건 누구도 몰라주는,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버텨낸 시간의 무게다.

이제는 그 무게를 미워하지 말자.
그건 오히려
살아있다는 증거였고,
끝내 살아내겠다는 의지였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나에게 이야기하는 순간을 가져보자.

“나에게는 본능적으로 살아낼 용기가 있어.
나는 지금 살아나가기 위해 이렇게 사는 거야.”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안아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안아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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