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엄마

아들 둔 엄마 마음, 서울이나 독일이나.

by 여름하늘

해외에서도 아들 엄마는 아들 엄마이다. 맨날 살얼음판이다. 느닷없이 학교에서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고, 느닷없이 모르는 사람에게 늬집 아들에 대해 설교를 들어야만 했던 그 어느 날들.


어느 날 들. 첫 번째.

아직 아이들은 학교에 있고, 나는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띵동 벨이 울렸다. 보통은 벨이 울릴 일이 없었기에 그 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옆 동에 사는 여자였다. 그 집 딸내미와 우리 아들은 같은 반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기에 독일어가 서툴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댁의 아들에게 말하시오. 내 딸에게 장난을 치지 마라고>>

내가 물었다, <<우리 아들이 혼자서 그랬단 말이요? 아니, 독일어도 서툰 아이가 무슨 장난을 칩니까?>>

몇몇 남자아이들이, 우리 아들 포함해서, 그 여자 아이에게 좀 짓궂게 굴었던 모양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든 간에, 여하튼 우리 아들에게도 잘못은 있었다. 그날 아이에게 단단히 주의까지 주고, 다시 그 집에 찾아가서 미안했다고 사과를 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담임 선생님께 미리 편지까지 썼고, 앞으로 더 주의를 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듣자 하니, 본인은 one of them이었고, 그냥 그 자리에 있었던 것뿐이란다. 그럼 그런 상황일 때는 서둘러서 그 자리를 피했어야 했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나의 대답은, YES였다. 아들, 네가 너의 친구들을 모두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면, 그 상황을 피하는 게 맞다고 했다. 너에게 결코 비겁함을 키우라는 이야기는 아니란다. 그저 그러한 순간에서는 너의 판단을 믿고,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자리를 피하는 게, 그 어떤 판단보다도 맞는 것이란다. 세상은 네가 생각한 것처럼 너를 다 이해해주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두 번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에게 보통 전화 올일이 역시 없었기에, 받지 않았다. 몇 분 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방금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노라고. 담임 선생님은 아니었고 과학 선생님이었는데. 댁의 아들에게 수업시간에 좀 떠들지 말라고 하라고. 우리 아들이 유독 심한 거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 수업도 잘 듣다고 했다. 그럼 왜 전화를 하셨지? 아마도 경고 차원에서 전화를 주셨던 모양이다. 그날 아이에게 사정을 물으니, 자기네 반 남자아이들의 부모님 모두 전화를 받았고, 결고 본인은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가 아니라고 억울해했다.


진짜 이상한 선생님이네. 일종의 경고라고 하기에는, 학교 선생님께 처음 받아본 전화였기에 무척 기분이 상한 날이었다. 아이의 학교는 좀 보수적이다. 중학교 이상의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마이너스 점수>>로 부여하면서 권위를 지켜나간다. 말 한마디에, 아이들에게 적이 되었다가, 신이 되곤 한다. <<보너스 점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도 종종 그들만의 무기로 아이들 앞에 맞선다. 나는 선생님을 누구보다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내 의견 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이 선생님 무서운 줄 알기는 바라는 사람이지만, 느닷없는 학교의 전화는 언제나 심장 떨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들에게 항상 묻는다. 혹시 학교에서 전화받을 일이 있냐고.


세 번째.

체육관에서 친구들과 힘자랑을 하다가,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한다. 축구 골대에서 양 옆으로 두 명씩 네 명이 매달리는 모습을 선생님께서 본 것이다.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아이들이 심하긴 했다. 다치려면 어쩌려고. 그 후로, 체육 선생님께 찍힌 거 같다고 한다. 내가 선생님이라도 그랬겠다. 아들아. 제발 눈치 좀 챙겨라.


사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생길지 감이 온다. 해외라고 더 할 것도, 덜 할 것도 없다. 적어도 내 아들한테는 말이다. 한 때, 내 아이가 엄청 모범생이다라고 철썩 같이 믿고 기대가 높았던 내가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그냥 보통의 남자아이는 그렇게 커가는 거 같다. 그동안에 맘고생 한 나를 위로하고, 이후로도 예상되는 맘고생이 부디 조금만 작은 고생으로 와주길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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