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저자는 서브컬처 분석을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의 콘텐츠 소비 구조를 밝혔다. 저자는 이 책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에서는 전작에서 밝힌 구조를 바탕으로 '라이트 노벨'로 불리는 특이한 소설을 분석한다. 이후 그 결과를 공통의 포스트모던한 환경에서 태어난 다양한 콘텐츠(미소녀 게임, 라이트 노벨이 아닌 일반 문학)에 적용함으로써 '게임적 리얼리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비평의 타당성을 보여주려 한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메타 이야기적 성격을 띤 이야기에서, 그 '메타 이야기적 성격'은 어떻게 파악될 수 있는가? 구체적으로는 '포스트모던한 사회의 자연주의 리얼리즘적 현실'과 '메타 이야기적 현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게임적 리얼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게임'을 특정한 종류의 게임에 한정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가장 큰 의문은, 저자의 '게임적 리얼리즘 비평'이 얼마만큼의 엄밀함을 가질 수 있는가이다. 시의성의 차원에서 이 책은 다루는 대상의 특성상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다. 기술적 발전에 따라 과거의 이야기가 다시 생명력을 얻은 것이 게임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면, 근 10년간 이루어진 변화로 포스트모던한 이야기의 환경은 그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2021년 지금 시점의 '게임적 리얼리즘'은 저자가 책을 쓴 당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이 문제는 씁쓸하게도 대상에 따르는 근본적인 한계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서브컬처가 그만큼의 생명력과 활기참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앞으로의 서브컬처 비평이 기대된다.
평점은 5점(5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