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나온, 포스트모던을 설명하는 책.
2. '포스트모던의 조건'이라는 이름에 맞게 지금 '포스트모던'이라고 불리는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거칠게 설명하고 있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당화'로, 지식이 정당화되는 방식이 이전(근대)과 바뀐 사회가 포스트모던이다. 정당화 담론(철학) 스스로의 정당화가 불가능해져 메타 담론으로서의 철학이 붕괴해 과학과 대등한 지위에 놓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이데아의 자기실현/자유로운 주체의 해방'으로 요약할 수 있는 거대 서사 등 사유철학, 인본주의 철학은 정당화 임무를 포기당한다(탈정당화). 한편 과학에서는 그 발전에 의해 수행성의 최대화(투입 대비 산출의 최대화)를 요구하는 사회 체제와 양립 불가능한 결론들을 내놓게 되었다(양자 이론, 미시물리학, 파국 이론 등등). 즉 어떤 합의가 체계에서 유통되는 진술의 총체를 규제하는 메타 규범 전체를 포괄할 수 있다는 신념이 버려진 것. 이런 과정들을 거쳐 포스트모던이 되었다.
3. 과학과 포스트모던이 굉장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 포스트모더니즘 <-> 과학이라는 도식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하게 된 듯하다. 놀랍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많은 것을 알게 된 한편으로 모르는 것들이 끝도 없이 많다는 것 또한 느껴, 이런 책을 읽어봤자 결국 딜레탕트로 남지 않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