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브랜드를 공부합니다
SAVE THE SKIN, SAVE THE PLANET
이 두 줄로 아로마티카를 알 수 있습니다. 녹색 배경에 피부와 환경을 지킨다는 메시지가 그들이 '어떤 고객을 타겟팅할 것인지', '향후 방향성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한눈에 봐도 납득이 가는 문구는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만들고자 하면 어렵습니다. 일부 회사들 중에는 카피 문구와 실제 제품 간 괴리가 느껴지는 경우도 상당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례가 더욱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로마 오일이 함유된 제품을 연상시키는 '아로마티카'라는 브랜드명 또한 명확해서 좋습니다. 실제로 아로마티카는 2004년 아로마 테라피스트가 창립한 브랜드로, 천연 성분이 포함된 에센셜 오일로 상품을 만듭니다. 비건 열풍이 불고 있는 뷰티 업계 트렌드에 제대로 탑승했을 뿐 아니라, 섬세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아로마티카의 정체성을 극대화시키지요. 이러한 소구점들은 최근 힐링, 자아실현 그리고 환경 보호를 중요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하는데 한 몫하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에 모 화장품 드럭 스토어에서 아로마티카 바디 오일을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구매로 이어진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최상위 검색 결과에 타사 제품과 아로마티카 제품 2건이 떴고, 저는 당시 구매 목적이 케어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에도 있었으므로, 제 니즈와 가장 부합하는 썸네일을 골랐습니다. 사실 마사지 툴을 구매하려고 해당 스토어 앱에 접속했는데, 마침 프로모션을 하길래 산 것도 있습니다. 나아가서, 배송이 빠른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것도 구매 행동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전 바로 그날 받아서 기분 좋게 잠들고 싶었거든요.
단순히 가격이 인하된다고 그 제품을 바로 구매할까요? 그저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까요? 핵심 요인은 아니지만,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우연히 이끌려 들어갔다가 후기가 좋으면 구매를 고려하게 되니까요. 썸네일에 보이는 아로마티카의 친환경적 패키지와 증정용 목재 괄사는 저처럼 '힐링'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소재입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후기는 그 이후 구매를 선택하게 만드는 아주 큰 보조 장치였습니다. 유사한 컨셉 론칭과 단가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는 뷰티 업계에선 이렇듯 '한눈에 사로잡을만한' 무언가를 고안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작업 같습니다. 아로마티카의 또 다른 강점은 이미지에만 있지 않습니다.
첫 번째, 아로마티카의 강점은 원료 부심이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에 실제로 들어가는 원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요. 이는 그만큼 자사 상품에 자신 있으며, 그저 비건 트렌드에 탑승한 기업이 아닌 향료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브랜드임을 어필하고 싶어 한다는 방증입니다. 이 정보를 통해 천연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는 기존 뷰티 소비자를 넘어, 향수 소비자, 조향사, 허브 마니아 등 타 시장에 포진되어 있던 잠재 고객이 유입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러할까요? 지극히 평범한 일반 소비자의 입장으로서 궁금합니다.
두 번째, 아로마티카는 전국적으로 리사이클링 사업을 전개합니다. 단순히 재활용 쓰레기의 활용 결과만을 어필하는 일반 기업 사례와는 대비되게,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리사이클을 수행하는지 과정을 설명하지요.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페이지를 스크롤 다운해보면, 오늘까지 얼마만큼 수거 작업이 진행되었는지 관찰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소비자에게 일종의 모니터링 권한을 주는 것과 다름없지요. 여기서 아로마티카가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브랜드라는 컨셉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로마티카의 비전을 추측하자면, '뷰티업계 내 ESG 기업의 선봉'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아로마티카는 리사이클 사업의 최대 목표를 '지구를 위한 선한 영향력'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는 여느 기업에서나 내세울 법한 흔하디 흔한 슬로건입니다. 그 이면에서 기업가로서 아로마티카가 누리고 싶은 점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들은 '천연 향료'라는 필살기를 통해 유사 시장에서 가장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천연'이라는 소재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일까요? 5년 후, 혹은 10년 후의 아로마티카는 '아로마'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채택해야 할 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이는 비건 화장품(Vegan Cosmetics) 열풍의 지속 기간에 달려있습니다.
이 대답을 찾기 위해, 비건 화장품(Vegan Cosmetics)이 시작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비건 화장품의 중요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데는 크게 2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동물성 성분이 유해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화장품 실험을 할 때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전자와 같은 인식이 식물성 성분을 소구점으로 삼는 화장품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라면? 동물 실험을 행하지 않는 전제 하에 질 높은 화장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유행을 뒤엎을 수 있을까요?
NO. 이미 고도화된 고객 인식은 기업이 시대를 역행하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즉, '아로마' 혹은 '천연' 화장품이라는 소재는 아직 대체되기에 이르다는 뜻이지요. 단, 이 소재를 어떤 측면에서 변형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앞으로 생각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예를 들면, 같은 틀 안에서 제품군을 다각화할 것인지, 아니면 조직 경영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정책을 제안함으로써 브랜드 파워를 부스트 할 것인지 등이 있겠습니다. 마지막 사례는 대외 이미지와 대내 정책을 얼라인 하는 데에 있는데, 이는 나중에 시간이 될 때 'HR 노트' 콘텐츠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로마티카'의 더 많은 정보가 궁금하다면?
- 아로마티카 MAGAZINE: https://aromatica.co.kr/jointhecircle/magazine
* 본 글은 매우 주관적인 분석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