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야
너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뭐가 급해서 그렇게 먼저 갔는지
다른 집에 갔으면
네가 그렇게 하루 종일 바라보던
창문 밖에 산도 가고 바다도 가고
언니가 살찐다고 자주 주지도 않던
간식도 마음껏 먹고
조금 느리게, 많이 누리면서
살 수 있었을까?
너를 잃어버리는 꿈을 유난히 꾼다며
수화기 넘어 엄마한테 투정했을 때
너는 이미 아파하고 있었다는 걸
언니는 너무 늦게 알았어.
비행기를 타고 멀리멀리 날아야
볼 수 있는 곳에 언니가 있어서
아플 때마다, 보고 싶을 때마다
그렇게 바람 타고 찾아왔었나 보다.
거리에 너를 닮은 애들이 많은데도
수천수만 번 나를 바라보던 네 까만 눈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
나는 그 눈이 그리워서
오늘도 니 사진만 만지작 거리다가
잠이 든다.
오늘은 한 번만
그때처럼 꿈에 나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