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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회의 약속’인가
‘새로운 종속’인가?

by 강행구

21세기 아프리카·중국 관계의 명암

21세기에 들어서며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는 눈부시게 확장됐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협력이 급격히 심화되었고,
양측은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이름 아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왔다.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이나 유럽의 ‘대안적 파트너’가 아니라,
이제는 아프리카 개발의 핵심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화려한 협력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형태의 종속’이라는 우려다.


“내정 불간섭”이라는 매력적인 조건

중국의 접근 방식은 서구와 달랐다.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정치적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 대신 “내정 불간섭”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 방식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던 일부 아프리카 정권에게
매우 매력적인 대안으로 작용했다.
신속한 협상과 실행력, 그리고 대규모 자금 지원은
서구의 복잡한 절차와 조건부 원조에 지친 국가들에게
‘실용적 협력’의 모델로 받아들여졌다.

특히나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이 출범하면서
양측 관계는 제도적 틀 안에서 한층 공고해졌다.


“자원과 기반시설의 맞교환” — 상생인가, 덫인가

중국은 도로, 철도, 항만, 통신망 등 아프리카의 주요 인프라를 구축하며
그 대가로 석유·광물·농산물 같은 자원을 확보했다.

‘자원-기반시설 교환’은 겉으로 보기엔 상호이익 전략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패, 불투명한 계약, 그리고 ‘부채의 덫’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인력과 자재를 본국에서 가져와 사업을 운영했고,
그로 인해 현지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값싼 제품, 값비싼 대가

중국산 제품의 대량 유입은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중소상공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노동 착취 논란을 빚었다.

특히 ‘턴키 프로젝트(Turn-key project)’라 불리는
일괄 수주 방식은 현지 산업의 자립 역량을 약화시켰다.
결과적으로, 기술 이전의 기회를 잃고 노동시장 불균형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다.


정치와 안보로 번지는 영향력

경제 협력을 넘어, 중국의 발은 정치·안보 영역으로까지 뻗어갔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지어주고,
통신망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2017년에는 지부티(Djibouti)에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설치하며
안보 영역 진출을 공식화했다.
일각에서는 “개발 파트너에서 안보 감시자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chapter4, 1 지부티 군사기지(출처 AFP연합뉴스).jpg 지부티 군사기지(출처 AFP연합뉴스)

빠른 개발, 그러나 남겨진 부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협력은 분명 실질적인 개발의 기회를 제공했다.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인프라 부족 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협력의 방식에 있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대부분 차관 형태, 즉 빚이었다.

잠비아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중국과의 부채 관계로 인해 국가 주요 공항 운영권이 상실 위기에 놓였다.
이것은 ‘개발’의 이름으로 포장된 새로운 종속의 신호였다.


아프리카의 새로운 선택 — 균형과 자율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는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 일본, 인도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하며 특정 국가 의존을 줄이려 한다.

또한 아프리카연합(AU)과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를 중심으로
역내 자립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시민사회의 각성

NGO, 학계, 언론 등 시민사회도 중국 주도의 개발 프로젝트를 향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감시와 비판은 아프리카가 외부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자율적 협력’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힘이다.


“수동적 수혜자”에서 “주체적 협력자”로

중국은 분명 아프리카에 실질적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아프리카는 단순히 수용하는 입장이 아닌 협력의 방향을 ‘전략적 선택’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 아프리카는 더 이상 수동적인 원조의 수혜자가 아니다.
정치적 자율성과 시민사회의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자주적 협력’의 틀 안에서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이며, 아프리카가 스스로 설계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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