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와 같이 가요
"답답한데 산책이나 갔다 오고 싶네"
"그럼 저랑 같이 산책하러 가시죠"
아버지가 예전과 다르게 이제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고 싶어 하신다.
왜냐하면 건강 문제로 인해 술을 예전보다 훨씬 적게 마시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아버지를 데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아버지도 이제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하다고 느끼고 계신 것 같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이건 엄청난 변화다. 이전까지 아버지는 쉬는 날이면 집에서 절대 나오지 않고 오로지 술만 마셨던 사람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는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고 말씀하시니 이 얼마나 기쁘지 아니한가! 그래서 바로 아버지와 함께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야간 산책을 떠났다.
"예전에 태화동에 살았을 때 이후로 처음 오는데 정말 많이 바뀌었네"
"그쵸? 태화강국가정원의 밤은 정말 예뻐요 아버지"
전국에 2개밖에 없는 국가정원 중 하나이고 울산 시민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산책로이기도 한 태화강국가정원을 아버지와 함께 걸으며 예전 태화동에 살았던 당시의 시절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태화강변의 모습들을 즐기면서 걷는 야간산책은 예전과는 달라진 태화강국가정원의 화려한 빛의 향연에 취하게 된다.
태화강변을 걷고 마지막으로 십리대숲의 은하수길에 들어선 아버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은하수길이 조성되기 전의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의 밤은 그냥 앞이 겨우 보일 정도로만 길 양옆에 놓여 있는 작은 불빛들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마치 정말 은하수길을 걷고 있는 듯한 화려한 장소로 탈바꿈했으니 오히려 놀라지 않으면 이상한 것일지도..
게다가 새끼 너구리들도 봤으니 생각 외로 엄청난 수확을 올렸다. (태화강국가정원 십리대숲에서 운이 좋으면 너구리들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아주 만족스러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바로 새끼 너구리들을 봤다며 마치 자신의 무용담을 얘기하는 것 마냥 신나게 말을 하는 등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항상 일만 하고 술만 마시면서 세월을 보냈던 아버지에게 신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이제는 정말 인생을 즐길 시간을 주시려고 하시나 보다. 참 다행이다. 그리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