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예민하지 않았다.
나는 해가 바뀌기 전
나름 꽤 알려진 식품 제조회사의
개발자로 근무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간단한 식품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에
조리 업무에 관여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내 경멸의 충돌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늘 똑같이 생산과 포장라인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었고
그날은 신제품이
최고 매출을 달성한 날이기도 했다.
동료들은 포상 휴가나
보너스에 대해 주절거리고 있었고
나 또한 개발자로서
기대하고 있었던 터였다.
갑자기 사무실 안은
놀람을 머금은 표정과
소리로 가득했다.
품질관리팀에서 빠르게
텔레비전 전원 버튼을 눌렀다.
“oo 푸드에서 제조한
편의점 도시락에서 얇은 쇳조각이
여러 개 발견됐다는 속보입니다.”
그야말로 회사는 혼비백산 비상사태였다.
신제품의 개발자 책임은 나였고
조리팀에도 관여한 나로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며칠 동안 쉴 틈 없이
여러 부서로 불려 다녔고
물류 팀과 생산팀에서조차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고객지원팀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소비자와의 원만한 합의에 들어갔고
큰 타격을 입은 직원 중 몇몇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몇몇에 가장 먼저
명단에 오른 이름은 안 금 서, 바로 나다.
인사 팀장이 내게 말했다.
“안 금서 씨가 자발적으로 좀 해봐,
이거 복잡해지면 자기 손해잖아?
급여라도 좀 더 챙기는 게 왜 나빠?
왜? 자존심?
다 필요 없어요, 네? 안 금서 씨?”
그 자발적으로란 말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었고
물론 책임을 회피할 순 없지만
원인불명의 사건에
나는 절대 불복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난 몇 달을 버텨고 또 버텼다.
결국 물류창고로 좌천된 나는
식품 개발에 흘린 땀보다
이곳에서 흘려보낸 땀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쇳조각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때 난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위로와 당당함에 이끌려
잠시 쇳조각을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말했다.
“금서 씨,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녀가 나의 심장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이렇게 좀 쉬어봐,
엔진 과열이야.”
나는 피식 웃었다.
이런 방식의 그녀 다운 위로는 달콤하다.
“당분간 금서 씨 내가 먹여 살릴게,
어때? 나쁘지 않지?”
그 후, 난 집구석에서
해가 바뀌기 전부터 쭉,
마치 밥때를 기다리는 개처럼
입을 벌렸고 그녀의 귀가를
반기기 위해 꼬리를 흔들고
애교를 부렸다.
그년의 머리채를 잡은 날 이후,
내 생활에 변화가 찾아왔다.
아직 새벽녘 눈을 부릅뜨는 건
자동 반사처럼 계속되고 있지만
목뒤로 불어오는
따뜻한 입김이 사라진 후,
제대로 숙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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