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충돌

나는 예민하지 않았다.

by 금봉



역시 사람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빠르다.

살기 위한 본능이 처절하게

온몸에 박혀있어 반사적으로 바둥거린다.

달리기의 최종 목적지는 이제 집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이 오히려

쉬운 뜀박질이 되기도 했다.


갑자기 따뜻해진 공기에

발개진 얼굴과 몸을 차가운 물로 씻어냈다.

젠장, 배수구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덜 씻긴 비눗물이 흘러내렸다.

배수구 덮개를 들어 올렸다.

순간 기겁한다.


“으아악.”

검고 긴 머리카락이 덩어리로 뭉쳐

또 다른 머리카락을 만들어 낸 모습이다.

그년이 남긴 건 꼭 이렇게

더럽고 으스스한 것뿐이다.

욕이 나왔다.


“엿같아 진짜.”


그년의 자취는 끊임없이 발견되었다.

마치 내가 집을 비울 때마다 들러

고약한 담배를 한 무더기 태우고

가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디선가 계속 발견되는

꽁초와 머리카락에 몸서리가 쳐진다.

전 직장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윤 대리와 약속을 잡았다.

퇴사 후 전 직장과 관련된 것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뭔가 결론 없는

소설처럼 꺼림칙했다.


고깃집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안 본 사이 정수리가 더욱 훤해진

그의 모습이다.

역시나 늘 같은 겨울 점퍼에

늘 같은 머플러 손끝이 해진

검은 가죽장갑, 참 변함이 없다.


윤 대리가 일어나 나를 맞는다.


“와 팀장님, 더 젊어 보이십니다?”


나는 윤 대리의 내민 손을 거칠게

툭, 쳐내며 말했다.


“됐어, 뭐 반갑다고 악수야? 앉아.”

윤 대리가 훤한 정수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에이 여전히 까칠하십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금봉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저는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저자 작가 금봉입니다.글의 쓰임이 엇나가지 않게 쓰고 또 써나갑니다, 오늘도!

29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