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는 예민하지 않았다.
몸이 가뿐하다.
정확히 새벽 5시 30분이다.
귀가 후 미친 듯 처방 약을
삼킨 기억이 났다.
기억을 더듬었다.
내 눈 위로 가위가
살덩이를 싹둑, 자르고 있다.
“후, 제발...”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황 박사의 조율을 따라 해 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숨을
끝까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뱉어낸다.
“후 우우.”
녹음기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내가 벗은 옷가지가 사방에 널렸다.
아무리 정신을 놓았다 해도
내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더 정돈이 잘 됨을 상기시켰다.
뭔가 수상했다.
나만의 흔적이 아닌 듯
다른 사람의 냄새가 공기와 부딪는다.
냄새를 따라 화장실로 향했다.
나는 뒷걸음쳤다.
“헉 맙소사.”
윤 대리가 욕조 안에
몸이 구부러진 채
등이 천장을 향해 있었고
어제 그 식당에서 본 가위가
붉게 빛을 내며 반짝거렸다.
조심스럽게 윤 대리를 불렀다.
“윤 대리? 윤 대리?”
꼼짝하지 않은 윤 대리의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 이런.”
윤 대리의 살갗이 서늘하다.
그리고 붉어진 핏줄은 뛰지 않았다.
나는 녹음기를 찾아 급히 틀었다.
기억나지 않은 끈을
당장 연결해야만 했다.
“에이 팀장님, 왜 이러십니까?
예전에는 회식 후
팀장님 집에 얼마나 들락날락했다고요?
왜? 또 기억이 안 나시나?
자, 그럼 기억을 좀 찾게 해 드릴까요?”
윤 대리는 커다란 덩치에 달린
묵직한 발로 내 배를 강타했다.
나는 창문이 있는 곳까지 나가떨어졌고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아니 왜 내가 잘해준 건
기억 못 하고
왜 그딴 걸 기억을 해내서
서로 피곤하게 해요?
잘 지내고 싶었는데,
참나 사람 맘 같지 않네.”
나는 침대 주위를 빙 돌아
윤 대리와 거리를 두고 말했다.
“개자식, 이제 똑바로 말하는군.”
윤 대리가 웃었다.
“하하하하, 그거 알아요?
어차피 우리 팀장님은
회사를 오랫동안 다닐 수가 없어요.”
윤 대리가 자신의 머리에 대고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말했다.
“아니 대가리가 이렇게 돌았으니
무슨 직무를 해내겠냐고?
당신만 모르지 다 알고 있었어,
이 정신병자야 응?
꽤 카리스마 있게 굴어서
엄청난 집 자제 분인지 알았잖아?
캬아악, 퉤엣. “
윤 대리 손은 살덩이를 자르던
그 가위를 들고 있었다.
내 안의 그 다른 피가
경멸을 충돌시키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반항해 보지만
결국 경멸은 희열을 맛보고 말 것이다.
나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두 개로 조각난 인격에서
뿜어지는 엄청난 충동과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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