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환영 (幻影)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씻고 또 씻어도 지금의 수분은
과거의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촉감을 따라가지 못했다.
밀려오는 잠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철성에서 뿜어지는 모든 환영에서
벗어나기가 힘이 든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하룻밤만 잠을 이겨낸다면
고통의 시간 속을 버티지 않아도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들이 제공한 마치 꽃과 같은
선명한 색을 띤 알약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눈두덩이 부어오르고 있었다.
“그래, 눈만 잠시 감고 있는 거야,
잠시만 아주 잠시.”
요셉의 현실과 철성의 환영이
겹치고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 눈을 떴다.
요셉의 앞에 고기 덤불이 되어
얼굴만 남은 아내의 얼굴이 나타났다.
요셉은 고개를 흔들며 소리친다.
“아니야, 이건 지금 현실이 아니야
현혹되지마 거짓말이야
이건 거짓말이야.”
요셉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마지못해 다시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사이를 무언가
비집고 들어오려 애를 쓴다.
가느다란 실의 느낌이
살갗을 기어다니고 귓속으로는
아내의 치아가 고깃덩이를
씹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신음을 콧구멍으로 뿜으며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살갗을 타고 입안을 타고 혀를 탐색했다.
가느다란 실이
그대로 혀를 감기 시작했다.
소리치며 온 힘을 다해
입안에 모여든 실을 빼내려 했지만 소용없다.
“제발, 이건 진짜가 아니라고.”
요셉이 다시 소리치며 눈을 떴다.
“맙소사.”
고기 덤불이 된 아내의 몸에서
뻗어 나온 고깃덩어리가
실처럼 날아들어 그를 말아 올렸다.
요셉은 덤불의 먹잇감이 된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 안, 해.”
그리고 끊임없이 흙길을 달렸다.
요셉은 지체할 시간 없이
거부했던 선명한 색의 알약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흐르는 눈물이 귓속을 파고 들어
공기 중에 둥둥 떠 날았다.
알약이 침과 부딪치자마자
철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끝없는 지옥 같은 환영이 사라지고
살갗을 타고 놓던 고깃덩어리 실이
공중에서 분해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요셉의 몸이 철제 침대 위에 안착했다.
손과 피부의 감각이 살아났고,
수분 캡슐이 아닌 진짜 생수를
입에 머금은 느낌에 보이진 않지만
입안에 가득 담긴 그것을 계속 삼켜냈다.
알약은 안식을 가져다준다.
아주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엄마 뱃속 같은 물컹한 안식이었다.
“후우.”
요셉의 한숨과 함께 곁에 펼쳐진
창문 밖 무지개가 액체 속에서 넘실거렸다.
요셉은 생각했다.
“이것 또한 환영이겠지,
알약의 효과인가.”
아무리 환영 속 착각이라도 좋았다.
그는 창문으로 향했다.
조금 전 공기를 떠다니던 물방울이
창문의 틈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공간이 눈에 띄었다.
물방울이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라진 틈으로 손을 내밀어 보았다.
“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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