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왜곡

9. 초월

by 금봉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딸 추니를 위해 그녀는

저작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추니가 진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순간

그녀의 저작운동은

서서히 속도가 늦춰졌고

결국 고기 덤불은 얼굴을 감싸고

실처럼 늘어진 고기 실이

몸의 구멍으로 들어가

기생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태라곤 단 하나,

거뭇한 고깃덩어리 표면에

덩그러니 미친 듯이 움직이는 눈동자뿐.

왼쪽 오른쪽 위아래

그리고 원을 그리며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


고기 덤불에 완전히 먹혀버린

엄마의 모습이지만

남은 두 눈은 분명 엄마의 것이었다.


추니는 철성에서 갑자기 사라진

중력에 몸을 맡기는 건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날 것이란 것을 직감했다.


물속에 잠식하는 느낌에

추니는 철성에 붙어있는

강한 손잡이를 잡았다.

두 다리가 물방울 안에서

마치 뼈가 없는 듯 덜렁거렸다.


“다 가짜야, 속지 않아.”


마지막 눈에서 놓을 수 없었던

고기 덤불이 되어버린

엄마의 모습이 공중에서 훅, 날아들었다.


“으아아악.”


마치 추니를 삼켜버릴 듯한

크기의 위압감이다.

추니는 하나 남은

엄마의 눈동자를 확인했다.

대체 무엇에 의하여

눈동자가 움직이고 있는지

지금의 고기 덤불은 정말

괴물에 불과할지 혼란스러웠다.

출처, 매트릭스


추니는 고개를 마구 흔들어 보지만

물방울에 갇힌 몸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점점 더 고기 덤불 속

엄마의 눈동자가 가까워졌다.

그때 그들이 말한

파란 알약이 둥실 떠오른다.


“먹지 않을 거야.”


갈라진 물방울이

하나의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

고기 덤불과 추니를 한 곳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고기 실이

여러 갈래로 뿜어져 나와

추니의 손과 발을 묶기 시작했다.

추니는 고기 덤불의 눈동자를 보았다.

조금이라도 엄마의 것이

남아 있을 거라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았다.


“엄마아아, 나야 추니라고 추니.”


고기 덤불은 정말

괴물에 지나지 않은 듯,

아주 빠른 속도로

추니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철성의 강한 손잡이를

꽉 잡고 있던 손을 추니는 놓아버렸다.

힘의 반동에 의해 물방울과

고기 덤불은 위로 튕겨 올랐고

다시 물방울이 두 개로 분리가 되어

추니의 몸을 감쌌다.


추니의 몸을 옭아매던 고기 실이

순간 떨어져 나가며

공중에 나풀거렸다.


“이건 환영이 아닌가?

대체 이게 뭐지?

환영이라면 왜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거야?”


추니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과 장면을

지워버리고 단 하나를 떠올렸다.


“난, 중력 속에 있어

그리고 내 몸은 조용히 가라앉을 거야
고기 덤불은 배에

함께 타지 않았어,
고기 덤불은 더 이상 엄마가 아니야,

그저 난 이렇게 있는 거야.”


그 순간 공중에 떠도는 물방울이

하나씩 터져나가더니

추니의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고기 덤불은 유리 창문의 틈으로

마치 공기가 빠져나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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