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림자

11. 보통의 사람처럼

by 금봉




집안이 어둡다.

분명 카스미가 준비하는 음식 냄새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진동하고

쇼가 겐토를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 그림이 그려져야 했다.


“카스미?”


겐토는 형광등을 켜며 두리번거렸다.

쇼의 방을 확인하자 어둠이 반긴다.

아이의 외출이 약속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면

쪽지를 남겼을 것이다.

탁자 위를 살펴봐도 종잇조각은 어디에도 없다.

불을 켠 순간,

나오코 목소리에 그는 뒷걸음을 치며

화들짝 놀랐다.


“초밥이 먹고 싶대.”


“하...”


겐토는 너무 놀라

여자처럼 가슴에 손을 얹는다.


“나오코, 하… 불이라도 켜지 않고?”


“카스미랑 함께 오랜만에

초밥이랑 생선찜도 먹고 올 거야.”


“당신도 가지 그랬어?

전화했다면 내가 더 일찍 데리러 왔지.”


나오코가 고개를 저었다.


“작업실에 있는 줄 알았어.”


나오코는 참 오랜만에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얼굴이다.

목소리도 아주 멀쩡하다.

겐토가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우리도 저녁 먹으러 나갈까?”


“아니 난 괜찮아

카스미가 음식을 해 두고 나갔어.”


“당신 저녁은?”


“난 괜찮아 당신 저녁 차릴게요.”


“내가 챙길 게, 괜찮아.”


나오코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내가 한다고요.”


겐토가 당황스러워 말을 버벅거린다.


“응, 응 그래 고마워.”


나오코의 몸이 회복되고 난 후,

그녀는 거의 새벽이 되어야

집에 들어오거나

아예 들어오지 않은 날들도 많았다.

겐토는 다시 달라진 그녀의 행동에

내심 불안했지만 희망도 생겼다.


쇼는 겐토를 보자마자

오랜만에 먹은 초밥에 대해 늘어놓았다.

쇼의 기분도 나오코처럼

나빠 보이지 않는다.

집 안은 이미 아이의 목소리로 시끄럽다.

겐토는 시끌벅적한 이 소리가 참 좋다.

쇼의 말 한마디마다 겐토는 그래?

그렇구나,라는 말로 친절하게

귀 기울여 아이와 눈을 맞춘다.

그러다 주방 일을 하는 나오코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이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즈키의 사고로

겐토의 생활 방식이나

생각은 아주 많이 달라졌다.


때론, 자신이 불행하다,

내 아이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늘 넣고 다니며

가끔 꺼내어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는지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하즈키를 곁에서 보며 알게 되었다.


오늘은 카스미도 함께 술잔을 들었다.

그녀가 포장해 온 생선이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사라진다.

카스미가 말했다.


“운이 좋았어요,

오늘 들어온 것들이에요.”


겐토가 대답했다.


“음, 정말 맛있네요.”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

나오코를 보며 카스미가 말했다.


“성의를 봐서라도 먹어요.”


카스미의 존재는 나오코에게

유일하게 말이 통하거나

말을 듣거나 하는 존재다.

카스미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힘든 고비가 올 때마다

음식을 거부하는 나오코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카스미의 말이 떨어지자

나오코는 천천히

붉은 생선 살을 입안에 말아 넣었다.


겐토는 마치 자신이 입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녀와 같이 입을 벌리는 모양을 취하다가

숨을 길게 뱉는다.

다행이라는 또 하나의 언어일 것이다.


나오코가 말했다.


“내일은 하즈키에게 갈 거예요.”


겐토와 카스미의 눈이 커다래진다.

나오코는 하즈키가 수술 후

눈을 뜨지 못했을 때,

그를 확인하곤 단 한 번도 그를 찾아가지 않았다.

물론 하즈키도 나오코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게 해 달라고 겐토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나오코는 알지 못한 채 말했다.


“같이 가요.”


겐토는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먼저 하즈키에게 연락을 해 볼 게,

누구라도 방문하는 걸 원하지 않아.”


“마나츠에게 얘기 들었어요,

하즈키가 많이 좋아졌다고.”


겐토는 마음속으로

그건 마나츠 앞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카스미는 나오코가 걱정이다.

며칠 전까지도 죄책감이란 것에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 그녀였다.


겐토는 조용한 곳에서

하즈키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오코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하즈키에게 거절당했다.

하즈키는 모든 것은

자신의 운명이라 말하며

나오코가 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겐토에게 당부했다.


정말이지 하즈키는 나오코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건 일어난 일 그대로 사고였고

그녀의 잘못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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