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은 없다 - 보이지 않는 대가

by 욕가이버

신입 때는 골프 치는 선배가 한가해 보였다.


주말마다 골프장에 가는 사람들. 비싼 장비에, 비싼 그린피에, 하루를 통째로 쓴다. 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라고.


지금은 다르게 보인다.


그들은 쉬는 게 아니다. 일을 하고 있다.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고, 거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골프장에서 웃고 있지만 그건 여유가 아니라 노력이다. 그 시간에 나는 가족과 있었다. 아이와 놀고, 밥을 같이 먹고, 소파에서 늘어져 있었다.


둘 다 선택이다. 둘 다 하나를 포기한 것이다.


세상은 만능인 사람을 보여준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가족도 지키고, 건강도 좋고, 외모도 완벽하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업도 잘 되고, 취미도 있고, 자녀 교육도 완벽하다고 한다.


그걸 보면 생각한다.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그런데 한 번만 생각해 보자.


진짜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루는 24시간이다. 누구에게나 같다. 회사에서 10시간을 쓰면 나머지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4시간이다. 거기서 잠을 빼고, 이동을 빼고, 밥을 빼면 남는 건 몇 시간 안 된다. 그 몇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이것이 선택이다.


운동을 하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든다. 아이와 놀면 자기 계발 시간이 사라진다. 일을 하면 가족과의 저녁이 없어진다. 하나를 고르면 하나를 놓는다. 예외는 없다.


골프 치는 사람은 네트워크를 얻고 가족의 주말을 놓았다. 그뿐이 아니다. 필드에 나가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퇴근 후의 저녁, 주중의 새벽. 그 시간도 이미 골프에 들어가 있다. 보이는 건 주말 하루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많다. 가족과 보내는 사람은 그 시간을 얻고 네트워크를 놓았다.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는 사람은 지식을 얻고 수면을 놓았다. 무언가를 얻은 사람은 반드시 무언가를 놓은 사람이다.


다 가진 사람은 없다.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를 놓고 있을 뿐이다.


기회비용을 모르면 두 가지 갈등을 만난다.


하나는 내면의 갈등이다.


다 가지려 한다. 일도 잘하고 싶고, 가정도 지키고 싶고, 건강도 챙기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다.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전부 중간이 된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을 고르면 가정에 미안하고, 가정을 고르면 커리어가 불안하다. 자기 시간을 쓰면 가족한테 빚진 것 같고, 가족과 있으면 자기가 뒤처지는 것 같다. 어디에 있어도 다른 쪽에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 갈등은 포기를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나는 이걸 골랐고, 저건 놓았다." 이 한 문장을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으면 미안함이 줄어든다. 줄어들면 지금 있는 곳에 온전히 있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외면의 갈등이다. 이쪽이 진짜 문제다.


기회비용을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만드는 갈등이다.


조직에 이런 사람이 있다. 승진도 하고 싶고, 좋은 자리도 가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다.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걸 욕심이라고 하면 좋게 말한 거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회비용을 모르는 것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내려놓지 않는다. 내려놓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남의 몫을 가져간다. 자기가 치러야 할 비용을 주변에 떠넘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빌려 쓰고 돌려주지 않는다. 아래 사람의 노력 위에 자기 이름을 올린다. 자기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옆으로 밀어낸다. 포기해야 할 몫을 포기하지 않고, 그 비용을 남에게 치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팀이 흔들린다. 열심히 한 사람은 지치고, 가져간 사람은 올라간다. "왜 나만 이러지"라는 생각이 퍼진다. 이 갈등의 원인은 조직 문화가 나빠서가 아니다. 기회비용을 모르는 사람 한 명이 만드는 것이다.


슈퍼맨은 없다.


드라마에는 있다. 현실에는 없다. 그런데 직장에서 가끔 슈퍼맨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성과도 내고, 인정도 받고, 자리도 올라간다.


이 중에는 진짜 자기 비용을 치른 사람이 있다. 가족의 시간을 놓고, 건강을 놓고, 여유를 놓고 직장에 올인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기회비용을 알고 선택한 것이다. 대가를 치른 사람이다.


문제는 다른 쪽이다. 자세히 보면 다 가진 게 아니라 남에게서 가져온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시간, 누군가의 성과, 누군가의 자리. 자기가 놓아야 할 것을 놓지 않고 남의 몫에서 채운 것이다. 슈퍼맨이 아니라 빼앗은 사람이다.


기회비용을 아는 사람은 고르고 놓는다. 놓은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갈등 없이 자기 자리에 온전히 있을 수 있다.


기회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다 가지려 한다. 놓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는 모르는데 주변이 무너진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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