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은 온다

by 희힣



중간고사 첫 주가 지나갔다.

화요일에 전공 시험 1개, 목요일에 시험 전공 2개, 금요일 아침에 교양 시험을 보았다.

평상시에 틈틈이 수업 자료를 미루지 않고 공부했는데 시험 기간만 되면 왜 머릿속에서 휘발되는지.

시험공부를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늘 '이해'를 하고 내 호기심을 풀기 위해 자료를 보았다 보니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 과는 이해를 기반으로 암기해야 하는 전공과목도 있고, 해석해야 하는 과목도 있고, 응용을 통해 계산해야 하는 과목도 있기 때문에 뇌의 새로운 영역이 활성화되는 진귀한 경험을 한다.

정말로 뇌가 활성화되는 느낌이 드는데, 학창 시절 이렇게 공부했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받았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수면 패턴이 아주 엉망이 되었다. 시험 직전까지 모든 내용들을 머릿속에 넣고 가려고 하다 보니.

공부를 계속하다가 저녁을 먹고 또 공부를 하다 보면 내 머리에 한계가 왔는지 정보가 더는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보통 저녁 9시~10시 사이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4시간 정도 잠을 잤다. 친구 말에 의하면 10시부터 2시까지 머릿속을 깨끗하게 해주는 호르몬이 나온다나? 정말 그런 것인지 새벽 2시쯤 일어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말짱해졌다. 그럼 다시 공부를 한다. 배가 고플 때는 간단하게 밥도 먹는다. 아마 새벽 5시쯤?. 자취방에서 더는 집중이 되지 않으면 학교 중앙도서관에 간다. 새벽에 도서관 뒤에 심긴 홍매화를 달빛 아래에서 바라보면 정말이지 아름답다. 드뷔시의 달빛이 들리는 꽃나무다. 새벽이지만 창문 너머로 켜진 불빛이 환하게 비치는 도서관을 보면 이 새벽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면서도 나 스스로도 그러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는 생각이 들면 괜히 뿌듯하다.


나의 학점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아서 종강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시험에 나의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번 주에 본시험 중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게 잘 보았다는 기분이 드는 시험이 없었다. 대체 얼마나 공부를 해야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까? 뿌듯함이 항상 만족스러움을 데려오지는 않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시험 기간만 되면(정확히는 시험을 보는 주간) 사람들과의 간단한 연락을 피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쏟을 내 마음의 여유가 평상시보다 없어서일까? 누구에게는 답장하고 누군가에게는 답장하지 않는 것이 괜히 미안해서 인스타그램 디엠 창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 정말 중요한 연락이면 카톡이나 전화를 하지 않을까 하고. 이런 내 연락 스타일을 아는 친구들은 하루 이틀 연락을 보지 않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내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이다. 며칠 동안 읽지 못한 메시지의 내용이 받은 그 시점에만 의미 있는, 유효한 내용이라 이제 와서 답장하기 애매할 때 이런 내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할 정도의 사이는 아직 아닌 것 같아 그냥 하트를 누르고 말았는데 좀 찝찝하기도 하고 그렇다. 언젠가 내가 친해진다면 이야기해 줘야지.


다음 주 금요일에 전공 시험이 하나 남았다. 그 시험만 보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끝이 난다. 시간은 나를 위해 멈추지 않는다. 올 것 같지 않을 것만 같던 시험 날도 결국은 온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이번 학기의 절반이 지나간 것이다 정말 시간은 빠르다. 오히려 기다려주지 않으니 다행이다. 시간이 멈춰준다면 나는 평생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시험공부를 할 것이다. 완벽에 이르고자 노력만 하다가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이더라도 때가 되면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


금요일에 교양 시험이 끝나고 고대하던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다녀왔다. 잠을 네 시간밖에 자지 못해 스탠딩에서 뛰면 정말 쓰러지지는 않을까 잠깐 고민했지만 사람의 체력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을 거라며 정말 근거 없는 믿음 하나 가지고 고양시로 떠났다.


작년에 예매했으니 반년 넘게 기다린, 아니 그보다

7년 전 처음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듣고 콜드플레이가 내한한다면 꼭 콘서트에서 함께 노래 부르고 싶다는 중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어느 새부터 희미해져 버렸던 버킷리스트가 있었으니 나는 사실 콜드플레이의 콘서트를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들을 적고 싶은데 세세하게 기억나는 것이 많지 않다. 무대 영상을 찍다가 뛰다가 따라 부르다가 경청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이 끝나 있었다. 이렇게 깊은 울림을 주는 콘서트에 내가 있었다니. 4월 25일 시원했던 공연장이 뜨거운 열기로 뒤덮였던 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대학생 언니가 되면 공연장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바라왔던 순간인데 지금의 나에게는 황홀하기도 하지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티켓이 있고, 공연 날이 되었으니 공연을 보러 가야지. 이런 느낌이랄까? 나에게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은 결국 오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닥쳤을 때 정말이지 놀라워 기절할 것 같지만은 않다. 오히려 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 콘서트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은, '올 것은 온다'이다. 결국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적당한 때에 마주하게 된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또 겨울이 오듯. 7년을 기다린 콘서트도 결국은 보았으니, 지금 내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도 결국은 이루어질 것이다. 세상은 결국 그렇게 흘러간다. 그렇게 결국 마주하게 될 순간들을 미련과 후회 없는 모습으로 마주하기 위해 그래왔듯 값진 하루들을 보내야겠다.


쓰고 싶은 글들이 많은데 시험기간인 사실이 참 아쉽다. 시험이 끝나면 다양하게 적어봐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LEpS5mI5lgg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