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한순간이듯 자괴감은 결국 한 순간
2025.04.11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벚꽃이 예쁘기로 유명해서 지역 주민들과 졸업하신 선배님들도 매 년 많이 찾아오세요.
저도 친구 두 명과 함께 공강에 벚꽃 피크닉을 짧게나마 즐겼답니다.
작게 축제를 했는데 인스타 아이디 소개팅부스가 있더라고요. 제 아이디를 넣고 상대방의 아이디를 뽑는 방식이랍니다. 제 아이디를 뽑으신 분께서 연락을 하셨는데 사람을 만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한 것 같고 신기하고 그렇습니다(근데 제 친구들이랑 팔로우되어 있는 걸 보고 학교가 참 좁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체감했습니다).
정말 본격적인 시험기간인데요,
학교 가서 수업 듣고 복습하고 출근해서 일하고 수업 듣고 과제하고 - 의 일상이 반복되는데
요새 자괴감이 드는 시기인지 삶이 너무 팍팍하네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괜찮은데 부모님이랑 연락할 때 뭔가 눈물이 날 것만 같고. 자취하고 너무 즐거웠는데 지금은 조금 집에 가고 싶은 시기인가 봅니다.
왜 수업 내용 하나 이해를 못 하나 스스로 너무 멍청한 것 같고(당연하지 처음 배우니까. 그리고 2학년인데 3학년 과목 듣는 거니까) 다른 친구들은 다들 똑똑한 것 같고.
이상은 높은데 닿기 쉽지 않으니 욕심을 좀 버려야 하나 싶고
경쟁이 너무 싫은데 경쟁 없는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끊임없는 경쟁이 피곤해요.
습관이 되어버린 아메리카노와 각성 상태가 되어버린 몸 때문에 잠을 잘 못 자서 인지 외부의 자극도 너무 뾰족하게 느껴지고 좋아하던 것에도 싫증이 나고 왜 이렇게 벌인 일은 많은지,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은 요즘입니다. 공부, 일, 인간관계, 건강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데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어제 전공 스터디하고 10시 넘어 집에 와서 울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울어서 오히려 신기했어요.
다 끝난 후에 돌아보면 이런 불안하고 어두운 질퍽한 기분도 결국 한 순간의 감정이었을 뿐 잘 해냈다고 뿌듯해할 걸 아는데, 과정 속에서 춤을 추는 건 언제나 그래왔듯 쉽지 않네요.
열정은 있는데 지금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조금 지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끓어오르지 않았더라면 스스로에게 실망하지도 않았을 텐데 항상 끓어오르고 꺼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언젠가는 노하우가 생길까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카페에 공부를 하러 왔어요. 총 4층짜리 대형 카페의 창가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았어요.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 뮤직비디오가 생각나는 풍경이었어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삶이 있겠죠? 두 대학의 교차로에 있는 카페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갔어요.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신기해요. 내가 내 인생의 주연이듯, 다른 사람들에겐 제가 엑스트라, 지나가는 행인 4, 아는 언니, 누나, 학생, 친구 … 대부분 이런 역할이겠죠?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니, 되돌아보았을 때 멋진 영화가 되도록 힘이 들 때도 다시 한번 힘내봐야겠어요.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끊임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버스 창을 통해 지켜본 적이 있어요. 몇 시간 동안 달리며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이 넓은 지구에서 내 고민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비관적인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니 고민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더라고요. 일 년 전에 제가 한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지나고 보면 사실 별거 아닐 이 순간을 위해 지금의 감정을 훌훌 보내주고 다시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그때의 기분은 상쾌하길, 내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지 않길, 전이되지 않길.
이번 주 브런치는 짧게 마무리할게요.
딴짓은 많이 하지만 몰입해서 글을 쓸 여유가 없네요.
후회 없는 중간고사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