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있게 살자

최선 最善

by 희힣




오랜만입니다. 힘에 부쳤던 중간고사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2학년 1학기가 어느새 절반 지나갔네요. 벌써 다음 달이 종강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지난주에 꼭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미룬 거, 스스로에게 미안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마지막 중간고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깜깜한 저녁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했으니 집 밖을 나선 것도 어느덧 16시간째. 기운이 다 빠진 채 피자를 먹으며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정신은 정말 피곤한데 시험공부 탓에 깨진 수면패턴으로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두 시간 동안 대청소도 했다.



5월 연휴를 맞이해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다음 날 본가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고등학교 친구도 만났다. 중간고사는 끝났지만 조별과제와 과제들이 산더미라 틈틈이 카페에 가 공부도 했다. 연휴가 엄청 길다고 하지 않았나? 어느새 학교로 돌아갈 날이 되었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학교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다음날 오전 수업을 듣고, 친구랑 점심을 먹고, 또 오후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자취방에 왔다. 오늘은 오전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출근해서 떠들다가 일도 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길이 막힌다. 퇴근 시간인데 비도 와서 그런가? 유난히 꿉꿉한 날씨에 기분도 울적하다.



42일 후에 종강이다. 바로 여름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지만. 오늘로 개강한 지 67일째 되는 날이다. 앞서 말했지만 종강이 한 달 조금 넘는 시간 밖에 남지 않은 것이 충격적이다. 대학에서의 세 번째 학기, 초중고 시절 26학기를 지나왔음에도 이번 학기의 시간이 가장 빠르게 간다. 어른들은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갈 거라는데. 지나가는 시간 속 내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니 알차게 보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더욱 확고하게 정해야겠다. 아니 오히려 정해도 우선순위대로 흘러가지 않지 않을까? 누군가가 답을 알여주면 좋겠는데-답을 알면 그것대로 재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재수를 끝내고 대학에 올해 입학한 친구를 만나 이야기해 보니 신입생들이 왜 반짝거린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행복해하는 친구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재수하는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에.



본가에 오랜만에 갔는데 본가에 있는 내 모습이 괜히 좀 불편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학창 시절 본가에만 살 때는 몰랐는데, 기숙사에도 살아보고 자취도 해보니 내가 생각보다 독립적인가 보다. 하긴, 혼자 못 지내는 사람이었으면 이미 어떻게 해서든 누군가의 옆에 붙어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지 않는다면 평생을 이렇게 혼자 산다니 끔찍하다. 수많은 인간관계 중 그 무엇도 가족을 대체하지 못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는지 알 것만 같기도 하다. 나랑 잘 맞는 내 짝을 만나는 건 기적이다.



내가 쓴 글이지만 글에 알맹이가 없다. 맞다. 지금 나는 굉장히 알맹이 없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매일 나름 꽉꽉 눌러 담긴 일정을 소화하고는 있는데 하나에 꽂히지는 못 한 기분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눌어붙은 일정 속에서도 나의 중심 잡고 알맹이를 찾아내야 할 텐데.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이 나를 깎는 인고의 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중에 대학생의 3가지 요소: 학점, 체력, 인간관계의 on/off 스위치를 모두 키려고 하지만 한 개를 켜는 순간 다른 한 개가 꺼져 세 개가 절대 동시에 켜질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그런 동영상이 있다. 나도 그렇다.

그런 동영상이 인기가 있다는 건

다수가 공감한다는 뜻이기에,

역설적이게도 위로가 됐다.



주말에 약속이 있다. 온라인 수업도 들어야 한다

다음 주에는 5일 동안 약속이 있다.

원래 이렇게 약속을 몰아넣는 사람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저 스케줄들을 소화하며 조별과제, 개별 발표 준비, 과제들을 모두 해내고, 출근도 하고, 축제도 조금은 즐긴 후 기말고사기간을 지나면 짠- ! 종강이다.



정신 똑바로 붙들자.

지금 정신줄 놓는 순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없다.

이게 봄-인가 싶지만

이런 삶도 결국 봄이겠지.

끝나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르는 법.

유종의 미 와 새로운 시작인 계절학기를 마주하기 전까지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하루들을 보내자.



2025년 5월 9일 금요일

집 가는 버스 안



논문 분석할때면 언어 능력의 중요성을 느낀다. 영어를 한국어처럼 술술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렇다고해서 한국어 논문이 술술 읽히는 건 아니다. 갈길이 많다는 거지.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