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하지 않을 용기

잠깐만 용기를 내면 된다.

by 희힣


이번 주는 ‘회피’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회피형, 안정형, 불안형

자신의 성향을 분류 짓는다.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나는 태생은 회피불안형에 가깝지만 안정형에 근접해진 사람이다.

내 친한 친구들은 내가 정말 잘 맞선다고 말한다.

외면하거나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해낸다고들 한다.


마음속에는 항상 미루고픈 마음이 있다.

하지만 미루는 건 나에게도, 함께 하는 사람에게도, 일에 관해서도 좋지 않다.

그래서 회피하고 싶어도 꾹 참고 마주 선다.

마주설 때까지의 시간들이 참 힘들다.

하지만 마주 서지 않으면 항상 찝찝함을 한 구석에 안고 지내야 한다.


어제 소개팅을 했다.

성격도 너무 좋으시고 바르시고 건강하신 분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본 이성 중 가장 말이 잘 통했다.

점심을 먹고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카페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몇 가지 점들이 연인 관계로 이어졌을 때 언젠가 화살이 되어 돌아올 것만 같았다.

‘흐린 눈’하면 그만이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을 지금 당장의 설렘을 위해 회피하면 나중에 맞이하게 될 현실에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헤어진 후 짧게 연락을 주고받다가 먼저 이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연락 텀을 길게 두거나, 약속을 계속 미루거나, 지금 내가 연애를 할 여유가 없다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연락 텀을 두는 것은 상대방과의 대화에 있어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연락한 후 기다리는 사람은 정말인지 스트레스받기 때문에.

약속을 계속 미루는 것 역시 내가 나쁜 사람 되고 싶지 않아 수동적으로 상대가 지치게끔 만드는 것인데 이것 역시 예의가 아니다.

지금 내가 연애를 할 여유가 없다는 말은, 내가 소개팅에 나간 이상 성립되지도 않을뿐더러 만약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면 그 소식을 들은 상대방은 정말인지 기가 찰 것이다. 며칠 전에는 안되고, 며칠 후에는 되고. 너무 박쥐 같지 않은가?


그래서 솔직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정말 즐거웠고,

따뜻하고 좋으신 분인 것 같지만 조심스럽게 고민해 보니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는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좋은 인연을 만나길 바라며 어제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타고난 쫄보인지라 상대분의 답장을 보기 무서워 방해금지모드를 켰다.

맞다. 회피한 거다.

그래도 미리 보기 창으로 언제 답장이 오려나 계속 확인하며 기다렸다.

마침내 연락이 왔고,

즐거운 주말이었다며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답장을 받고 나니 정말 괜찮은 분 같아 좋은 인연을 꼭 만나시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오후에 약속이 있어 친구를 카페 앞에서 기다리다가 어떤 남성분이 번호를 물어보셨다. 무슨 날인가? 더 이상의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번호를 여쭤보시는 것에 안 좋은 기억들이 있어 연락하는 사람 있다며 번호를 드리지 않았다. 전에는 딱 잘라 거절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야 거절하는 스킬이 생겼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의 거절 의사 표현을 회피하고 번호를 주는 것이 아니라,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달 정도 시험기간이라 연락을 하다 오늘에서야 관계가 끝이 났다.

나와 맞는 점과 안 맞는 점이 무엇인지, 내가 회피하지 말아야 하는 조건은 무엇인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여실히 느꼈다.


좋은 사람이고 곁에 두고 싶지만 무엇 하나 신경 쓰여 거짓된 마음이 섞여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 말고, 처음부터 그런 기분이 드는 관계 말이다. 오히려 나와 맞지 않는 분이었다면 모를까, 정말 잘 통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너무 아쉽다.


어젯밤에 전공 발표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고민이 많아져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고민했고,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일찍 도착한 카페에서 머리를 싸매며 어떻게 연락을 드리는 것이 덜 무례할까 생각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만들고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거절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거절을 상대에게 넘기는 것 역시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 내 의사를, 상대빙과 더 정들기 전에 보낸 후 답장을 받았다. 이제 고민이 사라져 마음이 가볍다. 아쉽다. 좋은 분을 내 의지로 흘려 보내는 것이. 오랜만에 초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즐거웠다. 친구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이서 브런치를 쓴다. 집에 도착해서는 미뤘던 발표 준비를 해야겠다.


이번 주는 여러모로 감정 소비가 너무 크다.

다가오는 주는 감정 소모가 덜하길 바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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