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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소아과의사 Jan 29. 2024

우리 애기 감기 처음 걸렸을때

초보 엄빠를 위한 열성 감기 대처법 

안녕하세요. 아마도 아기가 처음 아파서 이 글을 보시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콧물 정도라면 좋을텐데, 갑자기 열이나거나 기침이 너무 심하다면 지금 너무 무서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이라니, 이제 만렙 소아과 의사의 '이거만 알면됨'을 읽으시고 부디 아이의 첫 감기를 잘 이기시기를 바래요. 화이팅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 대개의 아이들은 첫 감기를 첫돌 즈음해서 겪습니다. 그래서 돌치레 한다고들합니다. 

돌즈음에 겪는 감기는 아무래도 처음 겪는 것이다보니, 너무 인상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돌쯔음에만 심하게 아프지는 않아요. 자기 면역을 만드는 시기이다보니, 한참 심한 친구들은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는 그래도 꾸준히 옵니다. (ㅠㅠ) 사실 이 시기의 감기는 감기 시대의 서막을 여는 첫 관문일 뿐일 때가 많습니다.  


계절마다 다르겠지만, 돌즈음 걸리는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열감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사실 의학용어는 아니고요. 소아과에서 부모님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통용되는 단어들의 조합인데, 어떤 바이러스 감염은 목 부은 거 외에 증상이 전혀 없고 열만 4-5일간 나다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럴때는 그냥 열만 나는 감기라고 열감기라고 부르지요. 어떤 경우엔 열이 떨어지면서 발진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런건 돌발발진 Exanthem subitum 이라고 부르고, 돐발진 아닙니다. 1년생이라는 시기와 연관된 병은 아니라는 거지요.

6형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하고 혹은 에코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이친구들이 엔테로 바이러스라는 장 바이러스에 속하는 거라, 피부발진과 함께 간혹 장염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혹은, 아무 증상이 없다면 어린아이들은 여전히 요로감염을 의심해 봐야하겠지요. 

기침이나 콧물 가래가 있다면 해당하는 감염에 의한 징후 일 수 있으나 치료는 대증요법입니다. 콧물이 있다면 콧물약을, 기침이 있다면 기침약을 복용하면서 기다려야한다는 것입니다. 

6개월에서 4-5세까지 어린아이들은 열이 생각보다 많이 납니다. 39도에 가까운 발열이 하루에 수차례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2-3일정도는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열이 많이 높아지면 놀라셔서 밤에 응급실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주사를 맞추어서 빨리 열을 내린다고 해서 아이에게 많은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이 너무 안떨어져서 걱정된다고 소아과에 주사를 맞추러 오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열성 감기 한번에 두어번씩 이런 해열주사를 맞는 아이들이 있어요. 얼마나 딱한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해열주사로 많이 쓰는 디클로페낙은 열이 잘 떨어지긴 하지만 주사가 많이 아프고 주사부위에 뭉침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주사 부위 피부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맞고 수년째 아직 감각이 안돌아온 부위가 있을정도입니다. 그리고 드물지만 성인에서는 아나필락시스가 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이면 이 주사는 안주려고 합니다. 많이 불편한게 사실이지만, 열은 감기와 싸우기 위해서 몸이 만드는 반응이므로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는한은 정상체온으로 낮추기 위해서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결국 모든 약은 그 약을 써서 얻는 이득과 손해 중 상회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열을 낮추는 것이 아이의 건강을 위해 절대적인 선이 되지는 않습니다. 

해열제 용량은 

맥시부펜, 덱시부루펜 한번 먹을때 몸무게 /2 ml 를 줍니다. 부루펜, 파란색 챔프는 몸무게 /3 ml를 줍니다. 

타이레놀 ,아세트 아미노펜, 빨간색 챔프는 몸무게/3ml를  줍니다. 

어떤 약을 연속해서 먹든 종류는 상관 없습니다만, 반드시 2시간 이상을 지키신 뒤에 먹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이 작용하는 시간 전에 약을 추가로 먹이시면 저체온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맥시부펜, 부루펜이 열이 더 잘 떨어지고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고열은 보통 점심 전후, 저녁 9시, 새벽 1-2시에 많이 오릅니다. 이때는 고열이 오를 가능성이 높으니 열이 잘 떨어지는 약을 주시면 좀 덜 힘들어할 거에요.  


오한이 든다고 아이를 꽁꽁 싸매지 마세요. 고열이 오를때는 말초 혈관이 수축되어 오한이 드는데 이때 추워한다고 옷을 입히면 열이 더오를 수 있습니다. 해열제를 먹이고 기다려주세요. 너무 힘들어한다면 미온수 마사지나, 미온수 목욕을 통해서 말초 혈관의 순환을 도와 열이 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방의 온도는 선선한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옷은 춘추 7부 내복정도의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옷으로 땀을 잘 흡수하고 갈아입히기 편한 옷이 좋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기저귀만 채우고 바지를 벗긴채 상의만 입힌다던가, 겉옷을 더 입히는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열이 떨어지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면 저체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옷이 젖은 상태로 있지 않도록 갈아입혀주세요. 

 고열이 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저는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뇌가 녹는다"는 이야기인데요. 고열로 인해서 뇌가 녹지는 않습니다만, 고열인 경우 뇌염이나 뇌수막염일 수 있으니, 뇌가 녹을 수도 있겠지요. 고열이 한번 일어났다고 해서 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린 아이에서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엔 심부 감염인 뇌수막염을 반드시 의심해야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열이 발생한다고 해서 열성경련이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미열에서 고열로 올라가는 동안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예방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열성경련은 가족력등 관련 요인이 있는 경우에 확률이 더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성경련은 대부분 1분 이내의 짧은 경련을 일으키고 이 경우에는 열성 경련으로 인한 뇌의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에 열경기를 했다고 해서 아기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열성 경련이 발생하였다면, 아기를 바닥에 눕히고 주변에 경련을 하면서 다칠만한 물건을 치웁니다. 그리고 아기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혹시 경기가 끝나고 난뒤 발생하는 침이나 구토에 의해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합니다. 경기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모양으로 하는지 잘 관찰하여 의사에게 이야기해주시면 양성경련과 고위험 경련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열성 경련이라도 5분이상 지속된다면 경련 지속상태가 될 확률이 높으니 119를 부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위에도 언급했듯이 고열이 있으면서 경련까지 했다면 열성 경련이 아니라 뇌수막염이나 뇌염일 수 있으므로 만약 아기가 오랜 시간동안 경기를 했거나, 경기를 한 이후에 신체 일부에 마비가 생겼다거나, 경기를 한 이후에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응급실을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39도가 되었기 때문에 열만을 낮추기 위해서 새벽에 응급실을 가시는 것은 그렇게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감기에 의해 발열이 있는 경우 응급실을 반드시 가야하거나, 입원을 고려해야할 경우는 

1. 고열이 지속되면서 계속 자려고 하거나, 일어났을때도 잘 놀지 않고 기운이 매우 없을때 

2. 고열이 지속되면서 식사량이 줄어들고 생각해보니 오늘 소변량이 매우 적을때 

3. 고열이 지속되면서 기침증상이 심해지고 호흡을 힘들어하는 증상이 있을때 

입니다. 


 그 외에는 다니는 의원의 선생님과 상의하셔서 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개별적인 상황이 있을테니까요. 

폐렴이라고 다 입원을 하는 것도 아니고, 편도염이라고 반드시 집에서만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건 아이가 이 감기를 잘 이길 수 있는 체력이 있느냐 입니다. 예를 들어 급성 감염 중 최근에 유행하는 노로바이러스 장염같은 경우엔 발생 수시간내에도 급격한 탈수가 발생하여 입원을 해야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면역 부채로 인해 아이들이 아픈 기간도 길고, 자주 아프고, 심하게 아픕니다. 최근엔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는 어린 영아들만 코로나에 걸리는 경우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바이러스 감염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건강하게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도 함께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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