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날이 가까워지면

by 추지원

죽을 날이 가까워지면

입술의 필터를 한 장씩 뱉어낸다


불안한 늙음은

다급한 만큼 잔인하다


한 몸뚱이 스러져가는 일이

이렇게도 요란할 줄이야


앵무새 죽이기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삶이 힘드셨단다

덜 힘들었던 우리가

그분의 심사를 참아드려야 한단다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들이쉬고 내쉰다

그래…

나 또한 이 땅 위에

제법 많은 자리를 차지하며 퍼졌겠지

그러니 참자

조금만 더 참자


그런데— 가만.


넌 아직 죽을 날도 한참 멀었는데

왜 벌써 필터가 없니?

도대체 얼마나 비참했기에

이토록 일찍 독해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