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우리 세리

by 추지원

바게트, 베이글, 아보카도,

올리브 스프레드와 훈제연어, 로스트 치킨.

그리고 오렌지 주스 한 잔.


푸르고 붉고 갈색인 식탁이 춥다.

열한 살 세리의 마음처럼.


데워진 것이 하나도 없어

둥둥 떠 있는 것들뿐이다.

아이의 하루가 그렇게 식탁 위에 놓여 있다.


세리는 저택을 좋아한다.

엄마 아빠가 시골에 지은 장엄한 저택을.


세리는 맑고 탁하고,

아이답고 어른스럽다.

비어 있는 곳이 많아서

자꾸 다른 색으로 채워지는 아이.


세리에게는 친구가 없다.

시골학교의 아이들은 거칠고 굽었다.

세리의 눈에 그들은

참아주어야 하는 지나감이었다.


바게트, 베이글, 아보카도,

올리브 스프레드와 훈제연어, 로스트 치킨.

그리고 오렌지 주스 한 잔.


모처럼 사귄 친구를 위해

상이 화려하게 차려졌다.

친구는 그 화려함에 잠시 압도된다.


그러나 정작 먹을 만한 것은 없다.

예쁜 음식들은 지나치게 제각기 독특하다.

함께 어울릴 줄을 모른다.


열한 살 세리는

친구를 위해 열심히 먹는다.

친구도 따라 먹기를 바라면서.


음식은 둥둥 떠다니고

아이들의 뱃속에도 가스가 차오른다.

세리의 슬픈 하루도

끝내 착륙하지 못한다.


가엾은 우리 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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