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덩어리

by 추지원

나는 어설픈 인간이다.

남자가 밉고 친구가 예뻐 보이면

바로 마음의 바람이 달라붙는다.

친구가 비겁해 보이면

그 남자가 또 사람처럼 보인다.

내 마음은 계절도 아니고,

그저 얕은 웅덩이처럼 들썩인다.


나는 이 세상에 빚져 있다.

태어난 날부터 빚이었다.

사람들 틈에 기대 서고,

누군가 내게 건네준 호의에

질퍽하게 기대 살아온

미완의 덩어리다.


그래서 나는

은혜로 산다.

잠깐씩 욕을 하고

입을 놀리다가도

결국은,

얇은 숨을 고르고

사람들이 남겨준 온기에

몸을 얹고 산다.


사람의 품격은

내가 가진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것들에서 비어 나온다.


그렇게 나는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오늘 하루를 버틴다.

살아 있는 것이

내가 가진

유일한 근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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