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story] 채권이란 무엇일까

by 매드본

채권은 돈을 빌리고 갚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빌렸다, 갚겠다"로 설명하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의미가 꽤나 복잡해서, 필자는 채권 이야기가 나오면 주눅들곤 했다. 그렇지만 걱정말라. 누가, 왜, 어떤 조건으로 채권을 만들고, 그것이 금리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알면, 채권은 단순한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경제 전체를 읽는 하나의 렌즈가 된다.

먼저, 채권은 기업이나 국가가 돈이 필요할 때 발행한다. 어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지으려면 거액이 필요할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도 있지만 금리가 높거나 조건이 까다로우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이때 기업은 "우리가 3년간 당신의 돈을 빌리고, 매년 5%의 이자를 지급하며, 만기에는 원금을 돌려주겠습니다"라는 약속을 공식 문서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다. 이게 바로 채권이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에,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국채' 즉 빚을 내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다.


채권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에 투자하는 것이다. 만약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신뢰를 잃으면, 당연히 그 채권의 인기도는 떨어지고, 반대로 이자는 더 높아져야 거래된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위험이 큰 만큼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채권의 이자는 고정인데, 시장 상황이 바뀌면 이 채권은 어떻게 달라질까? 답은 간단하다. 채권의 '가격'이 달라진다.


채권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처음 발행할 때는 보통 '100만 원' 같은 액면가로 거래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이 채권이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수시로 바뀐다. 마치 주식처러 말이다. 이게 채권의 가격이 된다.

예를 들어, 5% 이자를 주는 3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하자. 이 채권을 가진 사람은 매년 5만 원의 이자를 받고, 3년 뒤에 100만 원을 돌려받을 것이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7%로 올랐다면? 이제 사람들은 같은 돈을 빌려줘도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 굳이 이 5%짜리 채권을 발행된 액면가에 사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 채권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은 떨어진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3%로 떨어지면, 5% 이자를 주는 이 채권이 매력적으로 보여 가격이 오를 것이다.


이처럼 채권의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가격이 떨어지면 이율은 올라가고, 가격이 오르면 이율은 내려간다. 이는 채권 투자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발행 주체의 신용도 변화다. 어떤 기업이 채권을 발행했는데, 나중에 그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문이 돌면 어떻게 될까? 기존 채권의 이자를 올릴 수는 없다. 이미 약속된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야만 수익률이 높아진다. 즉, 채권 자체는 그대로지만, 시장에서의 가치가 바뀌는 것이다. 반대로,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신뢰가 높아지면 채권의 가격도 오른다.


여기서 채권 가치를 움직이는 요인을 정리해보자:

시장금리: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가격은 오른다.


신용도 변화: 발행 기업이나 국가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 채권 가격은 하락, 개선되면 상승.


시장 심리와 수급: 전쟁, 경기침체 우려, 금리 정책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위험자산 선호 시에는 채권 수요가 줄며 가격이 떨어진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기준금리를 올리면 전반적인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은 하락. 기준금리를 내리면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채권은 단지 이자나 받는 안정적인 수단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채권도 주식처럼 활용될 수 있다.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이 가능하다.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지금 채권을 사두는 것이 유리하다. 또 어떤 회사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면 그 회사 채권을 사서 신용도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채권은 주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을 사는 것이고, 수익도 배당이나 시세차익에 의존한다. 반면 채권은 원금과 이자를 약속받는 것이고, 수익은 보다 예측 가능하다. 가격 변동도 주식보다는 훨씬 덜하다. 하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그렇다면 국채, 즉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하려면 어디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가장 대표적인 대상은 단연 미국 국채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신뢰도: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이고, 미국 정부가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유동성: 미국 국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자산 중 하나로,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수익률: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보다 높아졌다.


시장 영향력: 미국 국채금리는 전 세계 금리의 기준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미국 국채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환율 변동: 미국 국채는 달러로 거래되므로 원화로 환산할 때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세금 문제: 해외 채권 이자나 환차익에 대한 과세 규정도 고려해야 한다.


직접 접근의 번거로움: 미국 국채를 직접 사는 건 일반 개인에게는 번거롭다. 그래서 보통은 달러 표시 채권 ETF나 MMF, 혹은 국내 환헤지 채권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은 단순한 이자 수취용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돈의 흐름, 위험 인식, 경제 정책, 그리고 신뢰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도구다. 또, 사회 전체의 자금 순환을 보여주는 하나의 창이기도 하다. 채권을 안다는 것은 단지 금융 상품 하나를 아는 것이 아니라,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다.

madbone.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문화story]일본 방방곡곡,왜 만화 캐릭터가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