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스마트폰 속 앱 하나로 송금도 하고 투자도 하고, 심지어 보험까지 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든 것이 바로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이른바 '경제앱'이다. 이 앱들은 사용자에게 무료 서비스나 소소한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막대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들의 돈벌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겉으로는 우리에게 공짜처럼 보이는 이 앱들의 수익원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더불어, 이들이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와 그만큼의 초기 비용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지도 함께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토스나 카카오페이가 결제 수수료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들 앱은 전통적인 결제망에 비해 훨씬 낮은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벌어들이는 진짜 수익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위치에서 나온다. 사용자가 많고, 그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이 앱은 다양한 금융회사의 서비스들을 유통시키는 허브가 된다.
예컨대,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자사 상품을 홍보하고 가입시키기 위해 토스나 카카오페이에 입점한다. 이때 앱은 일종의 '금융 유통점' 역할을 하며, 상품이 판매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는 건당 몇천 원에서 수만 원까지 다양하며, 광고성과 판매 실적에 따라 추가 보상을 받기도 한다.
이 앱들의 또 다른 핵심 수익원은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다. 사용자가 보험을 찾거나 대출을 알아볼 때, 앱은 여러 회사의 상품을 비교해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고, 가입이 이루어지면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이 방식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금융회사와의 매출 공유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 추천 기능은 '결정 피로'를 줄여주면서도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사용자는 앱을 신뢰하기 때문에 추천을 따르고,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로 연결된다. 앱은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수록 사용자에게 더 정확한 추천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토스나 카카오페이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 타겟팅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 단순한 배너광고를 넘어, 특정 금융상품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맞춤형 메시지를 보내거나, 특정 지역과 연령대에 맞춘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때 광고주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기업이나 보험설계사 등도 포함된다.
광고 수익은 사용자의 신뢰도에 비례한다. 앱이 투명하고 사용자 중심적으로 설계되어 있을수록 광고 효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광고주에게는 정밀한 타겟팅을 제공하는 것이 수익의 핵심 포인트다.
이 앱들은 '데이터' 그 자체로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소비 분석, 신용 점수 예측, 자산 리포트 등의 기능은 사용자에게는 유용한 정보지만, 동시에 기업에게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핵심 자원이 된다. 물론 개인정보는 익명화되거나 집계된 형태로 제공되며,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이나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또한 일정 단계가 되면 이 앱들은 자체 금융기관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토스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했고,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업을 넘어 금융지주 형태로 확대 중이다. 이는 중개 수수료를 넘어, 직접적인 금융업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운용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수익모델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사용자 기반과 데이터 축적이 있어야 작동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수익보다 '시장 선점'과 '사용자 유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토스는 송금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은행 API 연동과 보안 인증 등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며 적자를 감수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며 금융상품 유통 구조를 정착시켰다.
이처럼 초기에는 뚜렷한 수익이 없고,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기술 투자, 법적 라이선스 취득 등 다양한 지출이 동시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사업은 반드시 일정 이상의 자본금과 장기적 투자 여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창업 초기부터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는 여러 차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라는 대기업 플랫폼의 지원 아래 출범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외에도 비슷한 모델을 가진 앱들이 국내외에 다수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가 대표적이다. 쇼핑 플랫폼과 결합해 결제, 포인트, 금융상품까지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계 앱인 신한 SOL페이나 우리WON뱅킹 역시 자체적인 금융상품 판매와 외부 결제 연동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직접 예금과 대출 기능을 제공하며, 점점 앱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로는 중국의 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알리페이는 단순 결제를 넘어 송금, 보험, 공과금 납부, 신용평가까지 통합하며 '생활 속 금융 플랫폼'의 진화를 보여준다. 삼성페이 또한 결제 기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경제앱의 돈벌이는 단순하지 않다. 이들은 단순한 결제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금융회사의 상품을 사용자에게 연결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추천과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며, 나아가 자체 금융업 진출까지 도모한다. 즉, 사용자에게는 무료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서는 복합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델은 초기 수년간 수익 없이 운영되며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말은 곧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 없이 뛰어들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뜻이다. 충분한 자금과 장기적 비전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이런 앱들은 기업들만이 진출할 수 있는, 미래의 금융 지형을 재편하는 새로운 유형인 샘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이 앱은 무료고 광고를 보면 1원씩 주니까 좋은 거야"라는 생각을 넘어서, 그 무료의 이면에 어떤 가치 이동과 거래가 있는지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볼 때, 이 앱들은 금융이라는 거대한 영역의 새로운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손쉬운 인터페이스 뒤에 어떤 비즈니스가 숨어 있는지 더 많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