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라는 나라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회다. 특히 그 안에서도 권력의 상층부에 속하는 간부들의 삶은 베일에 싸여 있다. 우리는 종종 TV 뉴스에서 이들이 김정은을 수행하며 박수를 치거나 각종 행사장에서 충성 맹세를 하는 장면을 보지만, 그들의 평범한 하루는 어떤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폐쇄된 국가의 정치 권력의 꼭대기에 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며, 무엇을 걱정하고 또 어떻게 자신을 유지하는 걸까?
우선, 북한 간부들의 삶은 일반 주민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식량 배급부터 교육, 의료, 주거, 교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평양이라는 도시 자체가 특권 계층을 위한 공간인데, 그중에서도 간부들은 그 안에서도 다시 상위층에 속한다. 이들은 대부분 벤츠계열의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며, 평양 외곽의 고급 주택단지에서 거주한다. 이 주택들은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되며, 내부에는 마치 작은 자치공동체처럼 별도의 상점, 병원, 학교가 운영된다.
*벤츠 외에도 BMW, 렉서스, 롤스로이스, 포드 등 다양한 외제차 브랜드가 김정은의 차량 보유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고, 전 39호실 고위 관리가 증언함. 고급 주택단지는 보통 노동당 중심 구역과 가까운 위치에 지어짐으로써 간부들의 통제와 감시 기능을 겸함.
겉으로 보이는 호화로운 생활 이면에는 철저한 감시와 자기검열이 존재한다. 간부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충성심을 증명해야 하는데, 사소한 말실수 하나가 숙청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북한 사회에서는 사적인 대화조차 기록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퍼져 있다. 때문에 간부들은 가족 간에도 조심스럽게 말하며 정치적 발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매일 아침에는 당 회의나 보고회가 진행되며, 상부에서 내려온 지침을 공유하고 이에 따른 행동계획을 수립한다. 업무는 대부분 명령에 의한 실행 방식으로 이뤄지며, 자율성은 없다. 간부들은 부서별로 담당 영역이 정해져 있지만 어느 순간에도 자신의 행동이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항상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일과 후에는 공식 모임이나 정치 학습 모임이 이어지기도 하며, 여기서도 충성심을 재확인받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기계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이들도 사람이며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자녀의 교육, 특히 외국 유학 문제는 간부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관심사다. 제한된 인원만이 외국 유학을 허락받을 수 있기에 그 기회를 얻기 위한 내부 경쟁은 치열하다. 또 다른 고민은 바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다. 한 번의 정치적 말실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권력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 자리에서 밀려날 확률과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간부들 사이에는 미묘한 경쟁과 견제가 존재한다. 겉으로는 단합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실수를 관찰하고 보고하는 문화가 있다. 이는 권력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다. 이 같은 불안정한 인간관계는 간부들의 정신적 피로를 가중시킨다.
이렇게 목숨바쳐 충성스러운 일상을 사는 간부들에게 가장 큰 보상은 무엇일까? 바로 권력이다. 그 권력은 물질적 혜택뿐 아니라, 생존 자체를 보장해주는 수단이기에 중요하다. 북한에서는 권력의 유무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따라서 간부들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 감정, 관계를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삶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유일한 동기다.
북한의 간부들을 밖에서 보면 화려할 수 있으나, 그 내면은 이처럼 불안과 긴장의 연속이다. 나는 이들의 삶이 한 사회가 특정한 방식으로만 사람을 움직이고 생각하게 할 때,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