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17부

by 김대희

가진다는 것의 무게


나는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얻으면 곧 잃을까 두려워했었다.

새로 산 물건이든, 어렵게 이어온 관계든,

내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된다.

그것이 오래 머물러주길 바라며 꽉 쥐면 쥘수록,

오히려 더 멀어져가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스님의 말이 마음을 흔들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가지고 있어도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 말은 내게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편안하게 다가왔다.

가지려 애쓰는 손아귀보다, 언제든 놓아줄 수 있는 손이

더 자유롭다는 걸 처음으로 이해했다.


돌이켜보면 잃어비린 것들은 내 곁에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기쁨과 온기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결국 소유가 남긴 건 물건이나 관계가 아니라,

그것과 함께했던 내 마음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꽉 쥔 손에서 힘을 빼는 법을.

버리거나 잃는 것이 아니라, 붙들려 있던 내 마음을

놓아주는 법을.

어쩌면 치유란 그 단순한 동작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


어떤 순간엔 불필요한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또 다른 순간엔 이유 없이 마음이 얼어붙는다.

그럴 때는 억지로 감정을 밀어내지 말고,

그대로 느끼며 숨을 고른다.

뜨겁게 끓는 마음에는 천천히 내리는 호흡을,

차가워진 마음에는 작은 친절이나 편안함을 곁에 둔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시끄러운 불꽃, 잿빛 같은 상념,

얼어붙은 틈새 속 서리까지도,

내 마음의 일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안에서 나는 스스로 마음의 온도를 읽어 나간다.

너무 끓으면 잠시 물러서고,

너무 얼면 작은 따스함으로 온기를 더한다.


때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왜 이렇게 마음이 요동치는 걸까?"

그 질문이 나를 이해하게 만들고,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게 해 준다.

조금씩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며,

내가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세상에 내가 던져진 이유


어쩌다 이곳에 와 있는 걸까,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태어나기를 원한 것도 아닌데,

이름을 얻고, 관계 속에 놓이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모든 것이 낯설고, 떠도는 잔상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바람곁에 스며드는 낮은 속삭임.

우연히 스며든 온기의 파편 하나에도

이 낯선 자리는 금새 다른 얼굴을 띈다.


나는 여전히 확실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내 앞에 펼쳐지는 순간마다 작고 사소한

의미들이 쌓여 가는 걸 느낀다.

그 의미들이 모여 언젠가 이 곳에 있어도 괜찮다는

문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세상에 던져진 이유를 몰라도,

그 이유를 끝내 찾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이유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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