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16부

by 김대희

10월의 초승달


매년 이맘때면, 나는 10월의 끝자락에서 길을 잃는다.

맑고 화창한 가을의 낮도 잠시,

해가 지시 시작하면 세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기온은 뚝 떨어져

초겨울이 올 것을 예고한다. 혼자 있는 나는 이 저녁의

풍경을 견디는 것이 버겁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은 쓸쓸함과 함께,

이유 모를 우울감이 나를 잠식한다.


나의 우울은 10월의 해가 지는 풍경과 함께 찾아온다.

불게 물들었던 하늘이 서서히 잿빛으로 변하고,

그 빛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세상은 검은 먹물 속에

잠긴다.

그 공허함 속에서 나는 내가 버려진 것처럼 외롭다.

누군가 함께 있었다면, 이 짙은 어둠이 조금은 옅어졌을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어깨를 움츠린다.


어둠이 가득한 하늘을 쳐다보면, 초승달 하나가 외롭게 떠 있다.

그마저도 짙은 구름에 가려졌다 나타났다 하면,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나는 그 초승달이 잠시 숨어버릴 때마다 불안해지고,

다시 나타나면 아주 미세한 안도감을 느낀다.

마치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이 늦가을의 쓸쓸한 밤풍경은 나에게 익숙하지만,

여전히 익숙해질 수 없는 풍경이다.

나는 이 낯선 외로움 속에서 나의 춥고 시린 마음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초승달처럼 숨고 싶지만, 다시 나타나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10월의 끝자락에서 홀로 견디며,

차가운 바람과 함께 오는 슬픔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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