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15부

by 김대희

나이 먹고 피곤한 이유


나이가 들수록 이상하리만큼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입은 옷의 색부터,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손님들의 시선, 심지어 혼자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까지도.

누군가의 평가를 상상하며, 괜히 몸을 움츠리게 된다.

별것 아닌 일들에 괜히 마음이 흔들리고,

사람들의 기준 속에서 하루를 보내곤 한다.


정말 피곤하다.

피곤한지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더 신경 쓰인다.

남이 뭐라하든 그것은 곧 흩어질 순간일 뿐이고,

내가 나를 지켜보는 시간이 더 길고 중요하다는 것을.

남의 시선은 희미해지고, 내가 나를 바라본 기억은

오래 남아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남이 아닌 내가 나를 증명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테니.



달 항아리


몇 해 전, 전시회에서 달 항아리를 마주했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형태와,

마치 흐린 달빛이 은은하게 깔린 듯,

부드러운 크림 빛에 옅은 청회색이 섞여 있어

한참 바라보게 만들었다.

손끝으로 스치면 차갑지만, 온화한 기분이 느껴지고,

작은 흡집과 기울임이 고유한 생명을 품은 것처럼

다가왔다.


나는 오랫동안 내 안의 감정을 숨기고 살았다.

남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마음속 금이 간

부분을 감추려 애썼다.

하지만, 달 항아리를 바라보며,

결점과 흡집이 나를 비추는 일부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흔히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달 항아리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옅은 빛의 층이 서로 겹쳐 미묘한 그림자를 만들 듯,

내 안의 상처와 흔적도 시간이 지나며,

나만의 색으로 자리한다.

잃어버린 마음조차 이렇게 조용히 내 안에서

채워질 수 있음을 느낀다.

또, 흡집과 기울임까지 포함한 나를 품는 연습을 하며,

조금씩 나는 내 마음을 다시 돌보고,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나를 사랑하는 법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려웠다.

쉽게 자책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먼저 찾아냈으며,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려

애쓰며 살아왔다.


정작 나는 누구인지, 잘 살아내고 있는지,

괜찮은 사람인지, 스스로 증명하려는 마음에

늘 지쳐 있었다.

남의 평가를 따라가느라 나라는 존재는 점점 뒤로

밀려냐 있었다.


그러나 문득, 아주 사소한 순간에 내가 나를 다독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중얼거릴 때,

"너도 충분히 해냈어."라는 그 말 한마디가

나의 마음에 깊은 위로를 남겼다.


그 후로 나는 덜 조급하게,

조금은 더 너그럽게 나를 대하기로 했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리고 그 사랑이야말로 가장 오래

나를 버티게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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