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14부

by 김대희

나에게 행복은 사치였다


나는 오래도록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 삶과

분리시켜 왔다. 어쩌면 그것은 처음부터 내 몫이

아니었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는 사치로

생각했다. 희미하게 떠올리는 행복한 감정조차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겼다.


사람들은 흔히 작은 기쁨을 발견하며 산다고 하지만,

나는 그 기쁨 속에서 오히려 공백을 더 크게 느꼈고,

맛있은 음식도, 좋은 말도, 따뜻한 순간도

나에게는 일시적인 빛이었을 뿐

곧 사라지고 남는 건 늘 비어 있는 감정이었다.


그럼에도 가끔, 아주 가끔,

조금의 충만함이 스며들기도 했다.

책을 넘기다가 오래된 메모에서 눈길이 머물거나,

오래된 묵은 노트에 글씨를 잠깐 끄적거리거나,

새로 산 향기로운 샴푸로 머리를 감거나,

비 오는 날 손끝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빗물의 느낌이나,

발걸음 사이로 밟힌 낙엽 소리나,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 속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행복이 내 삶에서 사치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내가 그것을 붙잡으려 하기보다

그져 스쳐가는 순간들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법


나는 종종 내 안의 목소리가 흐려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작은 실패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순간마다,

스스로를 쉽게 작게 만들고, 평가절하한다.

그럴 때 나는 잠시 멈추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한다.


자존심이나 자부심 같은 단어는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내 존엄은 결국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남의 시선이나 판단보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하다.


때때로 주변은 나를 깎아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 목소리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찾는다.

작은 선택 하나 혹은 그냥 스스로를 가만히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내 존엄은 조금씩 지켜지고 있다.


결국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도,

거창한 결심도 필요 없고,

그저 하루 안에서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는

작은 순간들을 모으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서 있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행복해?


오래전의 사랑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채운다.

기억 속에서는 웃음과 다툼, 설램과 아픔이

섞여 있지만,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했던 사랑도, 내가 했던 이별도,

결국은 나를 묻는 질문이었다.

행복해? 라는 물음이 반복되며,

과거의 감정들이 추억이 아니라,

내 삶과 존재에 대한 거울이 됨을 깨닫는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스스로를 숨기지 않았다.

아프고 흔들리며, 때로는 허물어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한계를 관찰한다.

사랑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상처를 통해 나는 조금씩 나를 이해한다.


이제 나는 사랑과 이별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 자신에게 답을 찾는다.

행복해?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그 순간에도 자신에게 온전히 머무를 수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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