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13부

by 김대희

연어


내 안의 상처는 차가운 물살 속에서

몸을 뒤틀며 살아있다.

제자리에서 꼬리를 휘감고, 다시 앞으로

몸을 던진다. 숨이 찰 때마다, 아픔은 파도처럼

휘몰아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모종의 균형을 배운다.


예기치 못한 순간, 물살 속 돌 틈 사이로

반짝이는 빛이 스며든다.

그 빛은 과거의 무거움과 작은 상처들을

흔들지만, 오히려 흔들림 속에서 나는 내 몸의

온도와 맥박, 그리고 쓸쓸한 힘의 흐름을 새로

인식하게 된다.


물속에서 부딪히고 밀리는 반복 속에서,

나는 알게 된다.

회복은 정답이나 결실이 아니라,

연어가 폭포를 오르며 소리 없이 몸을 비비듯,

아픔을 자극하고 부딪히면서 조금씩 형태를

갖춰가는 것이라는 걸.


바람처럼 스쳐가는 감정,

차갑게 다가오는 현실 속에서

모든 흐름을 끌어안은 채,

내 작은 존재가 물결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감정의 흐름에 기대다


마음속 감정들은 조용히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내린다. 붙잡을 수도, 완전히 떨쳐낼 수도

없는 것들.

나는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살짝 몸을 맡긴 채 흔들리는 파동을 바라본다.


때때로 감정은 날카롭고 차갑다.

그 속에서 나는 균열을 느끼지만,

그것은 불편함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스스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준다.


흘러가는 감정 속에서 나는 이상한

친밀감을 발견한다.

미처 낯선 숲속 안개가 천천히 흩어지며,

길을 드러내는 것처럼 내 마음도 조심스럽게

방향을 잡고, 부서진 조각들이 서로 맞물리며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그래서 오늘 나는 감정의 흐름에 기대어 본다.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도 나는 비틀거릴 수 있지만,

그 흔들림이 나를 더 또렷하게 세우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내 안에 어떤 균형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슬퍼할 이유가 사라진 자리


모든 건 조금씩 변해간다.

익숙하던 목소리도, 함께 웃던 풍경도

언젠가부터 낯설게 다가왔다.

헤어짐은 그렇게 천천히 스며들어,

끝내는 당연한 듯 우리 사이에 앉아 있었다.


남겨진 흔적들은 손끝에 닿을수록 희미 해졌다.

사진 속 웃음은 오래된 잉크처럼 바래지고,

편지의 글자들은 마음에 들어오기도 전에 부서졌다.

붙잡을수록 흩어지는 모래 같이,

나는 더 이상 움켜쥘 힘조차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슬픔은 예전만큼

깊지 않았다.

눈물이 흘러야 할 자리에 침묵만이 있었고,

애써 애도해야 할 마음도 서서히 자리를 감췄다.

이별은 때로 울음을 앗아가 버리고,

남은 자리에 공허한 바람만 불어넣는다.


나는 아직도 그 공허를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공허는 나를 무너뜨리기보다

내 안에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그 자리에서 묻는다.

정말 슬퍼할 이유가 남아 있는지,

아니면 이제는 담담히 걸어 나가야 할 순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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