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
물고기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물고기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수천 킬로미터까지 항해로 고향을 찾아가거나,
계절마다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이 습성을 잃은 채 표류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지느러미만 빠르게 움직였다. 그럴수록 내 안의 공허는 더 깊은 바닥으로 처박히는 기분이었다.
숨을 멈추고 가만히 머물렀던 시간은 허무하고 불안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멈춰 서자 바닥에 가라앉는 수많은
감정의 잔해들, 과거의 상처, 그리고 나를 옭아매던
수많은 시선과 기대들, 그 모든 것이 바닥에 쌓여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수면 위의 빛을 쫓아가지 않는다.
깊은 바닥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따라 나의 길을
만든다. 수면 아래 많은 암초와 해초들이 길을 막고 있고, 속도도 느리지만, 그 길은 내가 가장 평화로울 수 있는 길이다. 때로는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다시 엄습하지만, 나는 이제 멈춰 서서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안다.
물고기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다만 잠시 표류할 뿐이다. 모든 불안이 잠든 내면의
깊은 곳에서 나는 나의 길을 찾는다.
이제 나는 두려워하지도, 좌절하지도 않고, 오직 내 안의 속삭임을 따라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