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53부

by 김대희

충분히 아파하는 마음


누구나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픔이 찾아오면 애써 외면하거나, 마음속에서 잊으려

애쓴다. 특히, 누군가를 잃는데서 오는 상실감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픔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그 경험의 밑바닥을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나 자신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주문을 외우며 마음의 상처를

덮어두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곪아 터진 상처를 제대로 소독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 당장은 크게 통증을 느끼지 못하니 안심할 수 있지만, 속에서는 계속 덧나고 있다.

언젠가는 더 큰 통증과 함께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감정의 회피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유보하는 것일 뿐이다.


아픔이 찾아온다면 그 감정을 기꺼이 마주해야 한다.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나 자신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다.

마음이 아플 때는 충분히 아파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을 느끼기도 하고,

그 감정에 뛰어드는 용기도 사라진다.


하지만, 충분히 아파하고 나면, 거짓말처럼 그 감정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감정의 밑바닥을 찍고 나면,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 상처는 아물어 단단한 딱지가

되고, 굳은살이 되며, 우리는 그전보다 더 강한 존재로

거듭난다.

마치 혹독한 겨울이 지나야 푸른 새싹이 돋는 봄이 오듯, 아픔이라는 계절도 혹독하게 보내고 나서야 내면의 온기를 맞이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아파도 괜찮아, 충분히 아파해."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온전한 나로 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 그것이 내가

관계에 지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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