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54부

by 김대희

내면의 소실점(消失點)에 서다


세상은 나에게 단 하나의 좌표만 요구했다.

부모님의 기대, 사회적 성공, 주변인들과의 관계라는

압력 아래, 나는 내가 서야 할 자리를 잃어버렸다.

수많은 외부의 선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고,

나는 그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나를 가둬두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주변의 나침반만 보며 걸었다.


소실점(消失點), 미술 용어로, 평행한 선들이 멀리서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한 점으로 정의한다.

나에게도 그런 절대적인 소실점이 필요했다.

외부의 소음과 기준이 모두 사라진 후, 오로지 나

자신의 중심에 서서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기준점. 그것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나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고독 속에서 나는 그 소실점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방해하지 않는 곳, 관계의 소음이 잦아든

내면의 심연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무엇을 원해?", "무엇이 너를 숨 쉬게 하니?"

처음에는 이 질문들에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주변의 소리만 복창했기에, 나의

진정한 내면의 소리는 침묵 속에 묻혀 버렸다.


그 침묵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나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나의 소실점은 사회적 성공이나 명예 같은

외부의 가치가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정한 자기 존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내면의 소실점에서 넘어지지 않게 발을

딛고 서 있다.

세상의 수많은 선들이 다시 나를 향해 몰려와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만의 소실점에서 시작된 선을 따라, 나만의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삶의 영원한 주인이

되는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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